[김영헌의 마중물] 젊은 세대와의 대화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얼마 전 모 임원과 코칭 대화 중 몇년 전 사례가 떠올랐다. 당시 A임원은 적극적인 자세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탁월한 실적으로 임원으로 승진했는데, 팀장 시절과 다르게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에 승진 초기 의욕이 너무 강해 산하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다소 강압적으로 이야기해 젊은 세대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그것이 회사 익명 게시판에 올라와 문제가 됐다. 그 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겸손하게 성찰하며, 그들을 존중해 직원들과 관계를 새롭게 리세팅했다.
리더에게는 함께 일하는 젊은 세대와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끊임없는 대화를 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실천하는 것이 요구된다. 필자가 젊은 세대와 업연(業緣), 인간관계, 신뢰 등을 주제로 서로 소통하며 감명 깊게 느낀 사례의 일부를 소개한다.
<대화 1>
필자: 조직생활에서는 지연, 학연, 혈연보다 업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업연(業緣)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젊은 세대는 어떻게 느끼는지요?
젊은 세대: 요즘 젊은 세대들은 업연이란 단어를 예전과 다르게 '일을 통해 맺어진 일시적인 관계'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업연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좋아서 만난 관계라기보다 일로 맺어진 인연이기 때문에 결이 맞으면 자연스럽게 이어가되 무리하게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업연을 굳이 강조하거나 의무적으로 이어가야 할 필요보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남는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지금 세대의 현실적인 태도 같습니다.
<대화 2>
필자: 조직내에서 업무 대내외적으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업무의 성과와 성장에 영향을 주며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요소입니다. 대내외적 인간관계와 관련 젊은 세대의 생각은 어떤지요?
젊은 세대: 저는 자신과 잘 맞는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민감한 지점을 넘지 않고 공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대와 환경이 달라진 지금은 한국적 인간관계로 대표되는 정(情)을 유지하는 방식은 조금 더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 3>
필자: 조직이나 사회생활에서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젊은 세대는 신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젊은 세대: 저도 신뢰관계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불확실성과 정보 과잉의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누가 말하느냐'를 먼저 보게 됩니다. 신뢰는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상호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심리적 계약 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 4>
필자: 신뢰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요? 젊은 세대들에게 특별한 방법은 무엇인지요?
젊은 세대: 일반적으로 조직의 상사가 신뢰없이 정보를 묻는 행위는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야기를 극도로 조심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정보보다 사람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또는 ’그것은 우리가 나눌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보호하게 됩니다. 이것이 세대 간 단절의 시작입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지 전 ‘당신을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 한다’는 신호를 주는 소위 진정성있는 라포 형성을 통해 신뢰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 5>
필자: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젊은 세대의 태도는 어떠한지요?
젊은 세대: 제 개인적인 사례 하나 말씀을 드리면,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여 상대방에게 식사비와 대화 중 발생한 비용을 송금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감정적인 거리 두기가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깔끔하고 공정하게 정리하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불편한 감정을 남기기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대방이 진심으로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형식적인 관계로 머무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신뢰란 상대방의 내면을 존중하는 태도이며 정보를 얻기 전에 관계를 쌓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면서 많은 성찰을 했다. 상기 대화가 젊은 세대 모두의 생각을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추세임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결국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 ‘존중과 공감을 통한 공존‘을 새로운 경영 언어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직이 지속 성장하고, 동시에 조직 구성원이 함께 성장 발전하려면 임원 등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상호 존중과 공감을 통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임원 등 리더가 젊은 세대를 보는 관점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어야 조직이 산다. 조직이 살아야 성과를 달성할 수 있고 성장도 가능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영자 전문코치, 경희대 경영대학원 코칭사이언스 전공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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