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품격 있는 대화하기
"조직의 리더로서 평소 어떤 대화의 원칙이 있으신지요" 얼마 전 모 경영자와 코칭대화 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품격있는 대화를 할 수 있나요" 그는 회사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조직 구성원들에게 외교관처럼 이야기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는 잘 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교관처럼 이야기한다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외교관처럼 하는 대화의 특징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신중하고 공손한 표현이다. 이는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태도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상황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하며, 이를 통해 문제해결에 합리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상대방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외교관처럼 대화하는 방법을 조직내에서 실천하면 품격있는 대화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호 신뢰를 통한 조직내 협력과 효율성을 가져오고,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갈등도 효과적으로 해결하게 되며, 긍정적이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하여 조직의 성장과 더불어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를 동시에 높히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조직 내 현실은 어떠한가? 일대일이든 일대다수의 대화든 독백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다.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른 경우를 만나게 된다. 기가 센 사람들은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보다 논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다. 그 순간부터는 대화보다는 옳고 그름을 따지려 들게 된다. 다산 정약용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조금 아는 걸로 으시대며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삼가야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그것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말로 이기면 마음을 잃고, 말로 져도 도를 지키면 그 사람은 이긴 것이다"라고 했다. 사람을 잃으면서까지 시비(是非)을 따지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다만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 다소 도발적인 <60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 책을 선물받아 읽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노령의학 전문가인 와다 히데키는 지난 40년간 어떻게 하면 노화를 늦추고 젊음을 유지하는가" 주제를 심층 연구했다. 이 책은 건강에 관한 책이지만 삶의 지혜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나이든 사람을 조직의 리더로 바꾸어 보면 그대로 적용이 된다.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과 어울려 대화할 때 꼭 피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무작정 MZ세대들에게 맞추려는 젊은 척하는 모습이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소박하게 보여주면 된다. 둘째 자신이 얼마나 경험이 풍부하고 많이 아는지 소위 맨스플레인(mansplain)으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모습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고민을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하면 모를까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Al에 물어보면 그 정도는 다 알려주는 세상이다. 기존 책에 적혀 있지 않은 지식이나, 평범한 사람은 해 보지 못한 경험을 이야기해야 조직 구성원의 흥미를 이끌 수 있다.

리더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스토리는 무엇인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관심사를 갖고 깊이 경험하고 사색하느냐가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스토리를 만든다. 예를들면 책에 있는 내용보다 내가 맛본 포도주 중 제일 맛있었던 경험이나, 내가 직접 가보았던 음식점 중 가장 맛있었던 라면집, 삼겹살집 등을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낫다.

이럴 때는 소위 계급장 떼고 이야기 하면 어떨까? 집안, 학벌, 재산, 조직내 직책, 사회적 지위, 자녀의 성취 등 말이다. 이야기를 잘 하려면 먼저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그리고 나오는 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사전에 미리 연습하고 다듬어 이야기해야 한다. 한편 상황에 맞는 유머는 약방에 감초다. 웃음은 소통을 원할히 할 뿐만 아니라 전두엽을 자극하고 면역력을 높혀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와다 히데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두엽을 활성화 시키는 방법 두 가지를 소개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한다. 내일 당장 내가 총리가 되어 나라를 경영하게 된다면 무엇을 바꾸지?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어디에 가서 무엇부터 하고 싶은가? 과거보다 한결 인기가 떨어진 한 가전 대기업의 사장을 전격적으로 맡게 된다면 나는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정말 휼륭한 셀프 코칭 질문이다.

필자는 경영자 코치로서 CEO들에게 가끔 이렇게 질문한다. 젠슨 황, 일런 머스크, 피터 드러커가 당신 앞에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가? 가까운 시일 내 지금의 사업규모가 3배 확장되어 있다면, 그 다음 조직 운영과 개인의 삶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상상하면 전두엽이 활성화 될 것이다. 자신의 전두엽이 활성화되어야 품격있고 건강한 대화로 이어진다.

또 하나 전두엽 활성화를 위해 자신만의 박사학위 분야를 만드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붙힌 박사학위를 만들어 스스로 수여하는 것이다. 와다 히데키는 의사이지만, 와인 공부 등을 하였고 스스로 만든 학위이니 커리큘럼도 자신이 짠다고 했다. 세간에 박사학위가 남에게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면 자기만의 박사학위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의욕을 갖고 계속 변화하는 사람은 화제가 풍부하다. 잘 아는 척하기 위해 배운 지식이 아니라 진짜 좋아해서 쌓은 지식이라면 상대에게 더 재미있게 느끼도록 이야기 할 수 있다.

결국 리더로서 품격있는 대화는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첫째. 자신이 어떤 마인드셋을 갖고 대화에 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즉 진정성있게 대화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과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감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둘째, 품격있는 대화는 자신의 말에 진정성 뿐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온전히 주의 깊게 경청하면서 관심을 나타내고 질문하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경청에서 나온다, 셋째, 자신만의 스토리를 명확하고 정중하게, 복잡한 표현보다 간결하게, 부정적인 표현보다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다. GPT나 유튜브에 나오는 이야기는 자신이 스토리에 참고사항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이렇게 세 가지를 실천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품격있는 대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상대방의 맥락과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서로 동문서답(東問西答) 식으로 대화하면 허공에 대고 이야기 하는 격이 아닐까?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품격있는 대화의 소중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리더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영자 전문코치, 경희대 경영대학원 코칭사이언스 전공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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