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탄광의 카나리아?…AI버블 가늠자로 주목[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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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462%… 전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AI 인프라 확충에 2조9000억달러 필요
그중 최소 1조5000억달러는 부채
AI 인프라 확충에 2조9000억달러 필요
그중 최소 1조5000억달러는 부채
마켓워치는 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하며 “시장은 오라클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필요한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를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CDS 스프레드란 기업 부도 위험을 가격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이 CDS이고, 스프레드는 이 보험 상품의 ‘보험료’에 해당한다. 스프레드가 넓어지면 시장이 그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는 뜻이다.
오라클의 CDS 스프레드는 10월 말 60bp에서 현재 125bp로 두 배 이상 확대됐으며 12월 5일에는 128bp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부채비율이 워낙 높아 월가에서는 오라클을 두고 “AI 버블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카나리아”라고 부르고 있다. 오라클의 부채비율은 462%로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의 50% 이하 수준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다. S&P글로벌은 오라클의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부채 대비 EBITDA 4배’로 완화해 단기적으로 더 많은 차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놨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부족하다.
실제 오라클은 9월 18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술기업 중 최대급 규모다. 같은 시기 알파벳과 메타도 채권을 찍었지만 두 기업은 A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반면 오라클은 BBB 등급으로 투자등급 최하단에 머문다.
오라클을 둘러싼 기대감을 촉발한 핵심 지표는 ‘남은 수행 의무(RPO)다. RPO는 이미 체결된 계약 가운데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미래 의무 금액을 뜻한다. 미이행 계약액과 비슷한 개념이다.
오라클의 RPO는 9월 기준 360% 폭증해 4500억달러를 넘었고 10월에는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향후 고객이 그만큼의 금액을 지출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월가에선 “이 계약이 실제 현금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프라 사용량이 예상보다 적으면 오라클만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오라클의 최근 12개월 자유현금흐름은 60억달러 적자다. 자유현금흐름은 회사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 필수 지출을 제외하고 실제로 손에 남는 현금을 의미한다. 이 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회사가 사업을 돌릴수록 오히려 현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모건스탠리는 오라클의 총부채와 리스부채가 3년 안에 2900억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용시장의 관심은 오라클이 BBB 투자 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신규 계약 발표, 고객 다변화, 매출 인식 일정 명확성, 추가 자금조달 계획, 자유현금흐름 정상화 여부 등이 향후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본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빅테크와 오라클이 향후 AI 인프라 확충에 2조9000억달러의 자본지출을 집행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1조5000억달러 이상이 부채나 기타 외부 조달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가을 오라클은 AI 혁신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오픈AI와의 3000억달러 규모 장기 협력을 발표하며 향후 3년 내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주가는 폭등했고 시가총액은 1조달러에 근접했다.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다시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상승세는 짧았다. 주가는 고점 대비 36% 떨어지고 CDS 스프레드는 급등했다. 공매도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시장은 오라클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필요한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를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콜롬비아 스레드니들의 네이선 리들은 오라클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약한 현금흐름 △높은 부채비율 △낮은 신용등급 △오픈AI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을 꼽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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