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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실 칼럼] 천재소년에서 아티스트로…'악동뮤지션' 이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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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박영실 칼럼] 천재소년에서 아티스트로…'악동뮤지션' 이찬혁
    예측 불가능함이 하나의 완성된 서사가 되다
    우연히 보게 된 비비드 라라 러브무대에 빠진 필자는 요즘, 가수 이찬혁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계속 보고 있다. 2025년 청룡영화제에서 이찬혁이 선보인 무대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의 최근 이미지 변화가 가장 명확하게 응축된 장면이었다. 무대 중앙에서 선글라스와 모자, 루즈한 네이비 컬러톤의 롱 코트로 등장한 그는, 관객이 익숙하게 알고 있던 악동뮤지션의 천재소년이라는 이미지를 거의 완전히 지웠다. 대신 보헤미안과 빈티지 글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몇 년간 이어진 실험의 종착점이자 또 다른 출발점처럼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무대의 파격이 의도된 충돌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혼종성이라는 것이다. 사회심리학 연구에서도 반복되는 일탈적 스타일이 결국 새로운 정체성으로 안정된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이찬혁은 바로 그 지점을 딛고 서 있었다. 파격은 그저 이슈가 아니라, 그의 서사가 쌓여 만든 하나의 구조가 된 것이다.

    보헤미안 글램과 70s 레트로를 결합한 영화적 실루엣
    이번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그가 선택한 스타일링이다. 사진 속 이찬혁은 짙은 텍스처가 도드라지는 파란 퍼 코트, 와이드한 크림색 팬츠, 크림색 베스트와 셔츠, 그리고 짙은 선글라스와 헐렁한 캡 모자를 착용했다. 이는 단순한 레트로 패션이 아니라 명확한 메시지를 가진 조합이다.

    우선 재질감이 강한 퍼 코트는 무대 조명 아래 움직일 때마다 형태가 일렁이며, 이찬혁의 신체 실루엣을 일정하게 감췄다가 드러내는 효과를 만든다. 이는 그의 정체성의 유동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에 가깝다. 또한 크림색 수트의 와이드 팬츠는 1970년대 록·소울 무대를 연상시키는데, 이는 밴드 구성과 무대 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모자와 선글라스는 핵심 장치였다. 그의 표정을 완전히 가려버림으로써, 퍼포머로서의 감정선보다 인물의 실루엣을 강조하는 효과를 냈다. 이는 이찬혁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기보다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최근 행보와 정확히 겹친다. 실험적이던 과거와 달리, 이번 스타일링은 훨씬 더 치밀하고 정제되어 있었다. 파격을 과장이 아닌 정확한 메시지 전달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연극 퍼포먼스 같은 역발상 무대연출
    그는 무대 중앙에 서 있고, 주변 댄서들이 넓은 원을 그리며 그를 둘러싼다. 전통적인 아이돌식 중심 퍼포먼스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중심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고 여러 댄서들의 손이 이찬혁을 향해 뻗는다. 이는 상징적 이미지에 가까운 장면인데, 권력 혹은 카리스마의 집중을 표현한 듯한 구도다. 하지만 그 중심에 선 사람은 정장도 아닌 루즈한 복고 스타일에 선글라스를 낀 이찬혁이다. , 가벼운 스타일을 입고 무거운 서사를 연출하는 역설적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무대 가장자리의 구조물 위에 올라 양팔을 좌우로 뻗으며 균형을 잡고 있다. 이는 마치 연극 속 한 장면 같은 장면 연출이다. 음악적 절정이 아닌 시각적 절정에서 캐릭터성을 강화하는 연출로, 퍼포먼스를 음악이 아닌 장면(scene) 중심으로 재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찬혁 이미지 변천사: 천재소년 해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로의 이동
    이찬혁의 이미지는 세 단계의 변화를 거쳤다. 첫 번째는 악동뮤지션시절의 깨끗하고 지적인 이미지, 즉 천재소년이었다. 두 번째는 솔로 활동 이후의 해체자 시기이다. 이때 그는 머리를 밀고, 안무·의상·뮤직비디오에서 극단적 실험을 이어갔다. 스스로를 낯설게 만들기 위한 과감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세 번째 단계는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단계다. 이번 청룡영화제 무대는 바로 이 셋째 단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 이상 파격은 과잉의 형태가 아니라 상징적 체계를 갖춘 언어로 사용된다. 무대 구성, 동작, 조명, 의상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장면을 만들고, 그는 그 가운데에서 캐릭터를 완성한다.
    결국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니라, 이찬혁이라는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무대 위에서 압축한 서사 연출의 형태였다.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만든 무대의 힘

    이찬혁의 청룡영화제 공연은 그의 이미지 전환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그는 과거처럼 거칠게 변신하지 않았고, 오히려 표정을 숨기고’, ‘실루엣을 강조함으로써새로운 방식의 자기표현을 시도했다. 이는 파격을 소비하는 시대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감정의 밀도를 만든다.

    이번 무대는 그의 방향성이 이미 성숙한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청중은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낯설게 보면서도 동시에 끌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의 무대는 이제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적 사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청룡의 조명 아래, 이찬혁은 또 다른 자신을 탄생시켰고, 그 변화는 지금까지의 어떤 변신보다 자연스럽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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