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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에 반응하는 돈의 속성…스타트업 창업자의 오해 [데이비드김의 블라인드 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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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절실함은 불신을 낳고, 신뢰만이 자본을 움직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표님, 투자자 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데이비드씨, 잘 지내셨나요? 잠깐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Hi David, hope you’re doing well. Can I ask you something quick?)"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 메시지함에 도착하는 메시지 DM이다. 간절하고, 절실하다. 그러나 대답은 늘 같다. "죄송합니다. 제가 투자 업무를 지금 하지 않고 있고, 투자자 소개하는 일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30년 동안 한국과 해외에서 투자회사와 회사를 동시에 경험했다. GE캐피탈과 산업은행에서 시작해, 8개국을 오간 크로스보더 투자 및 인수·합병(M&A) 프로젝트, 그리고 지금은 스타트업 멘토링과 해외 기업들의 글로벌 성장 전략 고문으로 일한다. 그 여정 속에서 한 가지 진실이 변하지 않았다. 돈은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다. 돈은 ‘신뢰’에 반응한다.

    돈은 절실함보다 신뢰의 속도에 반응한다

    자본은 물처럼 흘러간다. 중력은 ‘절실함’이 아니라 ‘정렬(alignment)’이다. 어제, 한 유럽의 창업가는 나에게 자기 이메일 주소도, 제목도 없는 여러 Zoom 미팅 요청 이메일 폭탄을 보냈다. 문자를 통한 대화 중 여느 때와 같은 나의 거절에 대한 상처에 대응하는 방어기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략은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자본은 '긴급함'보다 '확신'과 '정돈된 방향성'을 향해 움직인다. 나는 수천개 이상의 기업설명회(IR) 덱을 검토해온 투자자로서 단언할 수 있다. 투자 유치는 거래가 아니다. 긴급한 도움을 요청하는 간절한 부탁도 아니다. '불신 → 신뢰 = 자본 흐름'이란 한 줄의 공식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투자자는 비전을 사지 않는다. 리스크를 관리한다. 많은 창업가가 “우리의 비전을 사고 싶을 것이다”라 말한다. 그러나 자본의 대리인들—벤처캐피탈(VC), 기관, 엔젤투자자—은 비전이 아니라 리스크를 본다. 그들은 ‘꿈을 중개하는 사람들(dream broker)’이 아니라, ‘책임의 관리자(steward of capital)’다. 그들의 임무는 자본을 지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교수이며 미국 최고의 인공지능(AI) 전문가인 페이페이 리가 10장의 슬라이드로 2억달러(약 2857억원)를 끌어모았다는 이야기가 영감을 주지만, 그 배경에는 단순한 덱이 아닌 사회적 신용, 제도적 신뢰, 누적된 명성이 있었다. 신뢰는 문장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당신을 대신해 회의실 안에서 당신을 ‘방어할 수 있을 때’ 만들어진다.

    2024년, 신뢰가 최후의 '통화 화폐'가 되다

    나는 2021년의 ‘느슨한 돈의 시대’를 지나, 2025년 현재의 긴축된 자본시장을 보고 있다. 이제 숫자보다 먼저 평가받는 것은 창업가의 정렬 상태, 즉 자기 일치성이다. 당신이 얼마나 진짜인지, 얼마나 불확실함을 설득력 있게 제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자본은 명확히 정렬된 사람에게 끌린다. ‘투명함이야말로 가장 강한 설득력’이라는 것도, 누구보다 현장에서 배운 교훈이다.

    돈의 중력은 에너지보다 정렬을 따른다

    한국의 창업가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관계도 중요하지만, 관계가 설득의 대체물이 될 수는 없다. 자본은 네트워크에 의해 흘러오지 않는다. 신뢰가 정렬될 때, 관계는 단단해지고 자본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펀드레이징이 추격이 아니라 끌어당김이 되는 순간, 그것은 수학이 아니라 연금술이 된다. 그 연금술의 핵심은 절실함이 아니라 정렬된 신뢰(aligned authenticity)다.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왜 세상이 그것을 믿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그 사람에게 자본은 중력처럼 끌려온다.

    서양의 한 격언이 있다. “나비를 잡으려면 쫓아다니지 말고, 아름다운 꽃으로 정원을 가꿔라.”
    좋은 관계나 기회도 마찬가지다. 물고기를 잡고 싶다면, 물고기가 좋아할 미끼를 잘, 그리고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추격’이 아니라 ‘끌어당김’의 결과로 찾아온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데이비드김 테크저널리스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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