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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두 번 풀려난 120억 피싱 총책…캄보디아서 9개월째 압송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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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감금 속출하는데
    주범들은 수사망 비웃듯 활보

    공권력은 뇌물에 취약
    사기꾼 韓부부, 뒷돈 주고 석방
    한달 뒤 재체포됐지만 또 풀려나
    법무부, 석방 부인…警과 말 달라

    정부와는 외교적 갈등
    인터폴 수배 내려도 수사 비협조
    경찰청 "적색수배자 압송 추진"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120억원대 ‘로맨스 스캠’ 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2월 체포된 뒤 석방된 한국인 부부가 우리 법무부와 현지 경찰의 공조로 다시 붙잡혔다가 최근 또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의 부패와 외교적 갈등이 얽히면서 한국 경찰은 이들을 9개월째 압송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에서 취업사기 피해자가 납치와 인신매매에 시달리는 가운데 범행을 주도한 주범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3일 캄보디아에서 체포돼 구금됐던 강씨(32)·안씨(29) 부부가 6월 초 구금시설 밖에서 목격된 모습.   독자 제공
    지난 2월 3일 캄보디아에서 체포돼 구금됐던 강씨(32)·안씨(29) 부부가 6월 초 구금시설 밖에서 목격된 모습. 독자 제공

    ◇사기꾼 부부, 또다시 석방 첩보

    14일 경찰에 따르면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강모씨(32)·안모씨(29) 부부가 최근 풀려났다는 첩보를 10월초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들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활동하며, 데이팅앱에서 만난 피해자들에게 “같이 투자 공부를 하자”며 유도하는 수법으로 100여 명으로부터 120억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 부부는 지난 2월 3일 캄보디아 포이펫의 한 범죄단지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불과 넉 달 뒤인 6월 돌연 풀려났다. 이 부부의 범죄 노하우를 활용하려는 다른 범죄 조직이 현지 경찰에게 수만달러의 뒷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법무부는 7월 말 캄보디아에 인력을 급파해 현지 당국을 설득한 끝에 이들 부부를 다시 체포했다. 그럼에도 부부가 다시 풀려나면서 체포와 석방이 두 차례 반복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현지 공권력의 부패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에선 경찰관 등 공무원이 공공연하게 뇌물을 받고 범죄 조직을 비호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한국 경찰은 강씨가 5월 캄보디아에 있는 지인에게 “현재 프놈펜 경찰 정보국에 있다. 직접 와서 4만달러를 내면 바로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한다”고 보낸 메시지 사본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발언을 근거로 현지 수사기관과 부부 간 금전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캄보디아 측이 6월에 부부를 석방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7월 재체포 이후 석방한 적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화 운동가’ 보내달라는 캄보디아

    캄보디아 경찰이 인터폴 수배자를 체포하고도 한국으로 송환하지 않는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측은 ‘한국에 체류 중인 반정부 인사 부트 비차이(37)를 송환하라’고 요구하며 한국인 수배자 인도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현지 당국이 자국 정치범 송환을 위한 ‘협상 카드’로 한국인 수배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 범죄에 적극 가담한 범죄자들의 송환이 어려워지자 경찰은 캄보디아 체류 피의자의 인터폴 수배 자체를 꺼리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최근 캄보디아발 피싱 사기 수사 과정에서 14명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경찰청에 인터폴 수배를 요청하지 않았다. 통상 해외에 있는 중대 범죄자는 인터폴 수배를 내리는 것이 절차지만, 수배를 해도 캄보디아 당국의 비협조로 송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씨·안씨 부부와 함께 체포된 공범 7명은 인터폴 수배가 이뤄지지 않아 3월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이들은 올해 7월 울산지방법원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일부는 “부부에게 속아 취업한 뒤 감금된 상태에서 범행에 강제로 가담했다”며 “주범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이뤄진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경찰청은 이날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15일 캄보디아로 출국해 현지에 구금된 자국민 중 인터폴 적색수배자부터 신속히 송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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