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전문가 초안 보고했지만
환경부가 과도한 목표로 수정
반대했던 산업부 에너지정책실
조직 흡수되며 견제장치 사라져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상향 추진
"제조업 경쟁국인 日선 비전 불과
韓선 규제로 이어져 신중해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전업계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발전회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NDC를 이행하기 위해 탄소배출권을 유상으로 사들여야 하고, 이 비용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환경부의 급격한 감축 주장을 견제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합쳐지면서 산업계의 목소리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많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은 NDC가 ‘비전’에 불과해 수치에 구속받지 않지만 한국은 NDC가 법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라는 규제와 연동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 초안 무시한 정부
2일 정부에 따르면 NDC는 통상 기후부 산하 온실가스정보센터가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구성한 기술작업반이 초안을 마련한다. 기술작업반은 탄소 배출량이 많거나 감축 여력이 큰 발전(전환)과 산업, 건물, 수송 등 10개 부문 주무 부처가 추천한 전문가 중에서 온실가스정보센터가 선정한다.
이후엔 기후부가 기술작업반 초안을 토대로 관계 부처 의견을 조율해 정부안을 도출하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확정안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2035년 NDC를 설정하기 위한 기술작업반은 작년 3월 출범해 1년가량 분석과 토론을 거친 뒤 올해 초 2018년 배출량 대비 산업 부문 20.6%, 발전 부문 62.8%를 줄이도록 설정한 초안을 기후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후부가 지난 8월 돌연 발전 부문 감축 목표치로 75.2%라는 새로운 수치를 제시해 정부 안팎에서 논란이 거셌다. 발전 부문 주무 부처이던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부는 지난달 8일에는 국회 기후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2035년 전 부문 NDC는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며 난데없이 67%라는 수치를 제시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 수치는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것일 뿐 산업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나 기술작업반과 공유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전기료 인상 불가피
기후부가 10개 부문 가운데 유독 발전 부문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조직 개편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기존 환경부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은 지난 1일자로 기후부에 흡수됐다. 산업 부문 NDC는 산업부 산업환경과에서 여전히 제동을 걸 수 있지만, 발전 부문 NDC는 기후부 내부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이대로 발전 부문의 75.2% 감축안이 확정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전 부문 감축 목표를 높이면 추가 비용이 드는데, 아직 값싸고 효과적인 감축 기술이 부족해 전기 생산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배출권을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한다면 전력 생산비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NDC에 따른 탄소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과 관련해서도 발전 부문에 강공책을 쓰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NDC를 실현하는 실행 메커니즘이다. 최근 공개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에 따르면 10% 수준인 발전 부문 유상할당률은 2030년 50%로 급격히 상향될 예정이다.
김성환 장관은 이달 초 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우려에 대해 “유럽연합 국가 대부분은 유상할당 100%”라며 “그 나라들은 전기료 걱정이 없었겠느냐. 핵심은 전기료 부담이 아니라 가격신호”라고 답했다. 이어 “발전원에 탄소세를 붙여서 가급적 빨리 석탄 발전을 퇴출시키고 재생에너지 등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가 빨리 늘어 단가를 낮추면 자연스럽게 석탄 발전의 가격이 비싸져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