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7년 만에 셧다운…"일주일 1.4조원씩 날릴 판" 초비상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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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대혼잡 사태 벌어질라
재무부 환율보고서 작성도 늦어질 가능성
재무부 환율보고서 작성도 늦어질 가능성
미국 의회는 전날인 9월30일 자정까지 의회에서 2026회계연도 예산안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임시예산안(CR)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다. 상원에서는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11월21일까지 7주간 임시로 연방정부 자금지출을 허용하는 공화당발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55대 반대 45로 부결됐다. 임시든 정식이든 미국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한데,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필수인력만 무급으로 근무
공항 시설 등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 교통부는 셧다운 시에는 연방항공청(FAA) 직원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1000명 이상이 무급 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항공교통 관제사와 보안요원은 무급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8년말~2019년 초 35일간 셧다운 당시 보안 검색대 통과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고 관제 및 세관 담당자가 부족해 주요 공항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바람에 관련 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항공사 호텔 렌터카 회사 등의 연합인 미국여행협회(USTA)는 이번 셧다운이 장기화될경우 1주당 10억달러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해양경비대 등 법 집행기관들은 업무를 이어간다. 연방법원의 경우 각종 수수료 등의 예산을 통해 몇주 가량은 정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연방우정청(USPS)은 연방정부의 일반 세금이 아닌 자체 수익으로 운영되는 구조여서 기능이 유지될 예정이다.
미 노동부는 노동통계국(BLS)이 매월 펴내는 고용 동향 등 보고서 발간이 지연되거나 인용되는 데이터의 품질 저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보고서 발행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재무부가 내는 환율조작국 관련 보고서도 당초 예정대로 10월에 나올 수 있을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달러가치 하락, 금값 랠리
달러인덱스(DXY)는 9월30일 98 수준에서 1일 셧다운 후 97.5대로 내려갔다. 1주일 새 약 1% 가량 떨어졌다. 전날 한때 연 4.11% 수준까지 내려갔던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4.168%까지 올랐다(채권가격 하락). 다만 셧다운 우려가 지난 주부터 점증해 온 만큼, 충격의 강도는 크지 않은 편이었다.올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금값은 셧다운 등으로 인한 미 정부의 리더십 약화, 인플레이션 대응 등을 이유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금 현물 가격은 셧다운 발생 직전 트로이온스당 3875.53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소폭 하락했다.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이날 한때 3900달러를 넘어서 거래됐다.
반면 증시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S&P500지수는 0.41%, 나스닥지수는 0.30% 각각 올라 마감했다. 다만 S&P500 선물과 나스닥100 선물 등 증시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45% 안팎 하락한 것이 셧다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캐피털닷컴의 수석 애널리스트 카일 로다는 로이터 통신에 “일반적으로 정부 셧다운은 시장(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35일간 지속된 셧다운 기간에도 뉴욕증시가 상승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시장은 셧다운 자체의 효과보다는 고용지표 미공개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와 연방공무원 추가해고에 따른 노동시장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기 정부 때처럼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셧다운을 앞두고 오바마케어(ACA) 자금 지급을 연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현명하다면, 의료 위기를 즉시 해결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료로 월 400달러, 500달러, 600달러를 더 내기 시작하면 대통령을 책임자로 지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 셧다운이 조기에 해제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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