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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안전 종합대책, 제재를 강화하면 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화우의 노동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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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 제제로 현장안전 왜곡 우려
    중대재해처벌법도 사고 방지 효과 미비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노동안전 종합대책, 제재를 강화하면 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화우의 노동 인사이트]

    제제 강화로 현장안전 왜곡되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구성하는 내용 대부분은 대통령 선거 공약 국정과제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아마도 산업재해가 거듭 발생하는 원인이 재해 예방을 위한 비용과 재해 발생 이후 기업이 부담할 불이익 사이의 불균형에 있다는 진단, 그리고 이에 기초한 통제와 제재 강화 방침이 변함없을 것임을 선언하였다는 점이 시선을 끈 이유였을 것이다.

    선명한 관점과 일관된 방안이라는 쾌도난마의 자세에서 오는 쾌감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발짝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걱정을 감출 수는 없다. 각종 쏟아지는 대책과는 대조적으로, 따분할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이고 진지한 논의들은 오히려 종적을 감추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재의 강화가 자칫 일터에서의 안전관리를 왜곡시킬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안전보건공단이 22일 경기도 광명시에서 ‘전국 기관장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 관련 세부 실행과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는 모습
    안전보건공단이 22일 경기도 광명시에서 ‘전국 기관장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 관련 세부 실행과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는 모습

    위험성평가 형사처벌의 역설

    과잉 제재로 인한 폐해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단연 위험성평가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도입을 둘 수 있다. 위험성평가는 기업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검토하고 그에 대한 감소대책을 수립․시행함으로써 재해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위험성평가 일부 또는 전부를 실시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부과할 경우, 기업 구성원들은 ‘효과적인 위험요인 발굴 및 위험성 감소’보다는 ‘규제기관에게 흠이 잡히지 않는 위험성평가 실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형사처벌의 정당성을 위해 필요한 명확성의 요청 등을 갖추기 위해, 위험성평가를 둘러싼 해석과 적용은 더욱 경직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결과 위험성평가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자율적인 안전관리라는 목적은 퇴색하고, 더욱 타율적인 제도로 변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오히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산업재해 감소 효과가 극히 미미하였다는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형사처벌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중형(重刑)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범죄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산업재해를 발생하게 한 전반적인 조건들보다는 재해 당시 법령에 규정된 구성요건이 충족되었는지에 매몰되기 쉽다. 재해를 이해하기 위한 고민보다는 재해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에 많은 역량이 집중되면서 한정된 관찰에 근거한 단편적인 대책으로 점철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 사실 과징금과 같은 중간법(middle-ground jurisprudence) 또는 간섭법(Interventionrect)은 형사처벌에 대한 대안으로 상정된 것이지만, 현재는 형사처벌과 함께 도입되면서 오히려 과잉 제재의 문제를 강화할 위험이 크다.

    건강한 일터 무엇인지 논의해야

    안전보건에 관한 충분한 논의와 의식이 축적되지 않은 조건에서 재해 발생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앞세우는 대응은 자칫 본래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퇴행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산업재해에 관한 단편적인 전제에 기반한 국가주도적 개입보다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란 무엇인지, 이를 위해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논의를 통한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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