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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투자수익 90% 내놓으라는 美 정부의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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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그제 “한국은 무역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이 무역협정에 서명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래서 유연함은 없다”고 했다. 일본처럼 한국도 미국이 정하는 대로 대미 투자자금을 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15%가 아닌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일본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듯한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시각이다. 일본은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준기축통화국이다. 외환보유액도 지난달 말 기준 1조3000억달러를 웃돈다. 대미 투자금 5500억달러를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 규모가 일본의 3분의 1을 약간 웃도는 정도이며 기축통화국도 아니다. 외환보유액은 4100억달러 수준에 그친다.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달러를 조달하면 환율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금 운용 방식 역시 지극히 일방적이다. 일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정하면 일본이 45일 내 자금을 댄다. 투자금이 모두 상환되기 전까지는 양국이 수익을 절반씩 나누지만 투자금 상환이 끝나면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 비상식적이고 유례를 찾기 힘든 약탈적 구조다. 게다가 한국은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한·미 조선협력패키지(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나머지 2000억달러를 놓고 협의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지금 3500억달러 전체를 미국이 마음대로 하겠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협상과 관련해 “국익에 반하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것까지 모두 고려해서일 것이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 시점도 적절치 않다. 강제 구금한 한국인 근로자 316명을 석방하자마자 압박에 나선 것은 동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특히 미국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세부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았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의 강압과 일방통행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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