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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 가뭄' 강릉, 수도계량기 75%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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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자연 재난사태' 선포

    상수원 저수율 15%대 붕괴
    농업용수 공급도 전면 중단
    전국 소방 물탱크차 긴급동원

    6개월 강수량 평년 '반토막'
    비 예보 10㎜ 안팎에 그쳐
    < 강릉에 집결한 소방차 > 31일 강원 강릉 연곡면 강북공설운동장에서 소방차량들이 급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강릉 지역의 극심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전국에서 집결한 소방차량은 총 71대다. 소방당국은 이날 하루 2500t의 물을 공급하고, 9월 1일부터는 급수량을 3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소방청 제공
    < 강릉에 집결한 소방차 > 31일 강원 강릉 연곡면 강북공설운동장에서 소방차량들이 급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강릉 지역의 극심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전국에서 집결한 소방차량은 총 71대다. 소방당국은 이날 하루 2500t의 물을 공급하고, 9월 1일부터는 급수량을 3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소방청 제공
    강원 강릉의 가뭄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 15%가 붕괴되자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의 75%를 잠그는 강력한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정부는 자연재난으로는 처음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했고, 소방청은 전국에서 소방 차량 등 71대를 투입해 긴급 급수 지원에 나섰다.

    ◇ 생활용수 저수지 의존도 높아

    '최악 가뭄' 강릉, 수도계량기 75% 잠근다
    31일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오후 7시 기준 14.7%로 집계됐다. 전날 15.3%에서 0.6%포인트 떨어지며 사실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계량기 50% 잠금 조치를 시행했지만 저수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제한 수준을 75%로 높였다. 농업용수 공급도 전면 중단됐다.

    강릉의 기록적 가뭄 요인으로는 ‘푄 현상’이 꼽힌다. 푄 현상은 습한 공기가 산맥을 넘어가면서 발생한다. 서풍이 태백산맥 서쪽 사면을 타고 오를 때 공기는 냉각되며 많은 비를 뿌린다. 하지만 동쪽 사면으로 내려올 땐 이미 수분을 잃어버려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바뀐다. 습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땅은 바싹 메마른다.

    강릉의 최근 6개월 강수량은 387.7㎜로 평년의 절반(46%)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서해안 지역에는 비가 자주 왔지만 강릉은 사실상 ‘비 소외지대’로 남았다. 게다가 강릉은 생활용수 대부분을 오봉저수지에 의존한다. 다른 지역처럼 여러 수원지로 분산돼 있지 않아 저수지 수위가 곧바로 물 공급 위기로 직결되는 구조다.

    정부는 제한급수 대책에도 불구하고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4주 안에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9.7%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10% 선 붕괴가 예고된 셈이다. 강원 삼척·정선·태백 등 5만5000여 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광동댐도 곧 가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 전국 비 소식에도 동해안 5㎜ 미만

    전국에서 강릉으로 달려온 소방관들은 온종일 물을 퍼 나르며 시민들의 식수 확보에 힘을 보탰다. 소방청은 이날 2500t을 홍제정수장에 공급했고, 9월 1일부터는 대형 물탱크 차량으로 교체해 하루 3000t까지 공급량을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단기 급수 지원과 더불어 장기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환경부와 행정안전부는 댐 비활용 용량과 발전용댐 물을 생활용수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광역상수도 연계망 확충과 수도요금을 일시적으로 올리는 ‘가뭄특별요금제’ 도입도 논의하기로 했다.

    물 부족에 시민들은 대체 식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날 대관령 지하 암반수를 무료 개방하는 대관령샘터에는 공병을 든 주민 수십 명이 줄을 섰다. “식수라도 아껴보겠다”며 담금주병, 김치통 등 빈 용기 10여 개를 챙겨온 주민도 있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샘터를 찾는다는 김모씨(73)는 “밭에 깨를 심어 놨는데 가뭄 때문에 키도 안 크고 다 말라서 못 거두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샘터 이용객은 “변기 물탱크에 벽돌을 넣어 물을 절약하고 세탁기 사용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했다.

    전국적으로는 단비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가뭄이 심각한 강릉엔 충분하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1일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에는 30~8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하지만 강릉 동해안에는 10㎜ 안팎의 비만 예보돼 가뭄 해소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용훈/류병화 기자 fact@hankyung.com
    권용훈 기자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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