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요람을 흔드는 트럼프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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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로 예정된 고관세 부과 시점이 연기되지 않을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등 지난 4월과 확연히 달라진 듯한 느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을 위한 으름장에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관세 인상이 재정수지 개선에 일조하며 긍정적인 부분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 중국을 집중해 때렸던 트럼프 1기와 달리, 관세 조치가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도 겨냥하면서 미 달러 자산을 대체할 만한 지역이 잘 안보이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만일 트럼프가 경고한 고관세가 그대로 실현될 경우 미국의 유효 관세율은 20%를 넘으며 1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고관세는 '때리는 국가'와 '맞는 국가' 모두 필연적으로 정책의 변화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관세가 성장과 물가 양쪽에 다 영향을 미치겠지만, 상대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쪽은 물가에 대한 우려가, 맞는 편은 아무래도 성장에 대한 불안에 더 민감해질 공산이 커질 듯하다. 즉 고율 관세는 미국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전세계 재정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 물가가 전월 대비 0.3% 올랐지만, 관세에 민감한 상품만 추려보면 0.8% 상승하는 등 관세의 가격 전가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방치했다가 큰 코 다친 미 Fed 입장에선 눈에 보이는 비교적 낮은 물가를 믿고 긴장감을 쉽게 풀 수가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오는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탐탁치 않아 하고 있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Fed 의장의 해임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은 했지만, 자기가 알아서 나가 주기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은 너무나 투명하게 보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렵게 획득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미 달러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한편 높은 관세를 맞은 국가는 경기의 하방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조금 지급이나 인프라 투자 등으로 재정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같은 정책이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는 긍정적이나, 이미 적지 않은 정부 부채가 누적되어 있다면 오히려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거나 신용 강등의 위험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는 정부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유로존은 국가별 재정 여건 격차가 큰 데다 재정 통합도 완비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기조에도 유로화나 엔화가 미 달러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다.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미국의 관세 유예 기간 종료가 다가올수록 주요국 정책 대응으로 인해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할 듯하다. 일본은 참의원 선서 결과 여당이 과반 장악에 실패함에 따라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걸림돌이 생겼고, 재정 적자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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