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대신 도로가 주도"…역발상 자율주행 현장 가보니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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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보틱스 드라이빙 행사
앞 유리·센서 가리고 군집주행 시연
사유 도로에 라이다센서 설치해 중앙 관제센터서 차량 제어
앞 유리·센서 가리고 군집주행 시연
사유 도로에 라이다센서 설치해 중앙 관제센터서 차량 제어
앞 유리를 포함한 자동차의 전면부를 붉은 천으로 모두 가린 차들이 줄지어 이동한다. 이 중 한 대는 출고된 지 5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내연기관으로 구동되는 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주행 경로에 사람이 진입하자 차들이 멈춘다. 군집주행을 마치더니 순서대로 주차 구획으로 정확하게 들어간다.
운전을 위한 관찰(Observe), 상황판단(Orient), 결정(Decide), 행동(Act)의 4단계에서 자동차의 역할은 없다. 도로에 설치된 여러 개의 라이다 센서가 관찰하고, 관제센터의 인공지능(AI)이 판단해 결정한 뒤, 자체 통신망을 통해 전달되는 신호가 자동차를 제어한다.
서울로보틱스는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연구개발(R&D)센터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드라이빙 데이’ 행사를 열고 이 같은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했다.
서울로보틱스의 고객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다. 특정 공간 안에서 여러 대의 차량을 일사불란하게 이동시켜야 하는 기업들을 겨냥한 자율주행 기술이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센서와 AI가 차량 안에 들어가는 소비자 대상(B2C) 자율주행은 다른 차량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병목현상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로보틱스의 자율주행 기술은 관제센터가 각각의 차량을 통합해 제어하기 때문에 빠르게 교통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로보틱스의 기술이 활용되는 현장은 자동차 공장이다. 출고된 차량을 공장에서 탁송센터까지, 항만에서 해외로 실어 나를 선박까지 각각 보내는 역할을 한다. BMW가 서울로보틱스의 고객사로 알려져 있다.
효율성도 높다. 인간 탁송원 5명이 50대의 차량을 이동시키는 데는 1시간에서 1시간30분이 걸리지만, 서울로보틱스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면 5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
서울로보틱스가 가장 강조하는 강점은 ‘안전성’이다. 악천후 속에서도 20cm 크기의 장애물까지 인식해 대처할 수 있어,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의 AI 역량이 만든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서울로보틱스는 오픈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딥러닝 모델을 직접 개발했다”며 “자체적인 데이터셀도 갖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쌓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신 도로에 인프라를 깔아 구현하는 자율주행인 만큼 초기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서울로보틱스는 50m 간격으로 라이다 센서를 설치한다.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고, 도로 상황을 중복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다. 특정 지점을 인식하는 라이다의 수는 4개다. 1~2개가 고장 나도 인식을 이어나갈 수 있다.
초기 비용은 서울로보틱스와 고객사가 함께 부담한다. 이후 운송하는 차량당 요금을 매겨 서울로보틱스가 수익을 챙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방식으로 1년에서 1년 반 정도면 고객사와 서울로보틱스 모두 투자수익률(ROI)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비용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던 라이다 센서가 현재는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는 용처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우선 차량의 제약이 적다. 이 대표는 “통신이 가능하고, 전자식 기어 시스템에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으면 원격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시승한 자율주행차량도 2017~2020년에 만들어진 지프 그랜드체로키 모델이었다.
서울로보틱스는 고객군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외에도 국내 항만공사 등과 접촉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고객사들의 현장을 가보면 노후화된 곳이 많다”며 “서울로보틱스의 사용자환경(UI)은 웹페이지 기반으로 만들기에 기존 고객사의 시스템과 연동하기가 편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로보틱스는 올해 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성공하면 국내 자율주행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기술특례상장 분야에 역량을 가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내세웠다. 3분기 안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업가치를 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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