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돈 안 든다고?…"200만원 썼어요" MZ 돌변한 까닭 [대세로 뜨는 '덕질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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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로 뜨는 '덕질 소비'] 5회
단체 운동 문화 확산하자 소비 '고가화'
초보자들도 장비에 과투자하는 경향 ↑
전문가 "'과시'를 위한 소비는 경계해야"
단체 운동 문화 확산하자 소비 '고가화'
초보자들도 장비에 과투자하는 경향 ↑
전문가 "'과시'를 위한 소비는 경계해야"
"솔직히 비싸서 매일 빨지도 못해요. 자주 빨면 금방 늘어날까 봐…"
퇴근 후 매일같이 러닝 크루와 함께 한강공원을 뛴다는 직장인 이승연 씨(26). 러닝을 시작한 지 3주차인 그는 아직 러닝 초보인 '런린이'(러닝+어린이)지만 운동화와 운동복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운동화, 러닝 조끼, 모자 등을 구매하면서 벌써 100만원을 썼다는 그는 "러닝이 이렇게 비싼 취미일 줄 몰랐다"라면서도 "제대로 갖춰 입고 운동하면 자신감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유행 따라 소비도 '고가화'
지난 10일 아식스의 인기 육상화 '슈퍼블라스트2'는 재입고 된 지 1시간 20분 만에 전량 동났다. 러닝 커뮤니티에서는 '슈블병'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 '슈퍼블라스트2에 한 번 빠지면 어떤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고, 결국 사야만 낫는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뉴발란스 육상화 '퓨어셀 레벨(Fuelcell Rebel) v5' 팝업스토어는 오픈 첫날부터 이른바 '오픈런' 인파가 몰리며 흥행을 입증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러닝 편집숍 '온유어마크'가 있다. 이 브랜드는 서울 종로구에 첫 지점을 낸 데 이어 최근 부산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부산 매장은 개점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 주째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운동 가면 카메라 들이밀어"…센터엔 삼각대 십수개 비치
수년째 크로스핏 크루 활동하는 박모 씨(27)는 "요즘 보면 다들 비싼 브랜드 제품을 입고 있다. 그냥 기본 무지 티인가 해서 봐도 기본 20만원 이상 값이 나가는 옷들이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젊은 사람들은 보통 인스타그램부터 검색해보지 않나. 지점 코치들이 SNS용 홍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운동하러 올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밀거나 삼각대를 설치해둔다"며 "그런 분위기 탓에 운동 실력보다 장비나 복장부터 먼저 갖춰야 한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씨가 다니는 한 크로스핏장에는 SNS 콘텐츠 촬영을 위한 삼각대가 십수 개 비치돼 있을 정도다.
러닝 크루 활동하는 김모 씨(27)도 이 같은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운동 중간이나 끝난 후에는 항상 단체 사진을 찍는데, 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회원들이 입는 옷이나 신는 신발을 자연스럽게 따라 사게 된다"며 "운동 후 뒤풀이 자리에서 누가 신상 제품을 샀다고 하면, 다들 큰 관심을 보이고 부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돈 안 드는 취미'는 옛말"…런린이도 '200만원' 투자
지난 7일 엑스(X·구 트위터)에는 "누가 러닝을 돈 안 드는 취미라고 했냐"며 "육상화 4개에 100만~120만원, 러닝 조끼 2개에 60만원, 러닝 모자 3개에 16만원, 러닝 벨트 12만원, 러닝 양말 10만원이 들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데 아직 안경도 못 샀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이날 기준 조회수 34만9000회를 기록하며 공감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가 '과시'로 흐를 경우 운동 본연의 목적과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인정 욕구가 큰 편인데, 크루 형태로 여럿이서 운동할 경우 서로가 무엇을 입었는지, 어떤 운동화를 신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운동을 위한 소비는 긍정적이지만, 본질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소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극심한 경기 불황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꼼꼼히 비교해가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알뜰 소비'가 대세가 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아두고 한 푼도 쓰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필수 소비재에 돈을 아끼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저격한 아이템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모습도 보인다. 운동 아이템, 캐릭터 굿즈, 게임 장비 등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흐름이 뚜렷하다.
기업들도 이에 맞춰 불특정 다수가 아닌 확실한 소비력을 가진 마니아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한경닷컴 기획취재팀은 불황 속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덕질(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행위) 소비'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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