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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퇴직연금 기금화 추진…정부 개입 여지 원천 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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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퇴직연금 기금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는 한경 단독 보도(7월 10일자 A1, 5면)다. 50조원 이상의 자금을 굴리는 민간 기금들을 경쟁시키는 방법으로,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최근 5년 연평균 2.93%)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431조원이다.

    한국의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기업이, DC형은 개인이 적립금 운용에 책임을 진다. DB형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기업은 손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원리금보장 상품에만 자금을 집어넣고 있다. DC형 가입자 중에도 운용 지시가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예금만 찾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이 82.6%에 이르게 된 배경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집합적 확정기여(CDC)형 기금이 활성화돼 DB, DC형 가입자를 흡수하면 퇴직연금의 만성적인 저수익 구조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건 제도의 설계다. 이미 DC형 퇴직연금 시장에선 ‘디폴트 옵션’이라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가입자가 별도로 지시하지 않아도 ‘주식형’ ‘채권형’ 등 설정해 둔 포트폴리오에 맞춰 자동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새로 만들어지는 기금이 투자 대상과 접근성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지 않으면 ‘옥상옥’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관여를 원천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증시 부양이 필요한 시기에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 주문하거나,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벤처 투자를 강요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행동 지침)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은 새로 만들어질 퇴직연금 기금이 제2의 국민연금이 돼 기업 경영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 지시를 내리는 DC형을 강제로 CDC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없어야 한다. 이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다. 퇴직연금의 기금화는 국민의 노후를 좌우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시행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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