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빚탕감 기대하고 신불자로 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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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전서 타운홀미팅
"코로나 때 정부가 빚 떠넘겨
빚쟁이 된 소상공인 책임질 때"
"자원 몰아서 성장하는 전략 한계
이제 균형발전 자리 잡아야"
"코로나 때 정부가 빚 떠넘겨
빚쟁이 된 소상공인 책임질 때"
"자원 몰아서 성장하는 전략 한계
이제 균형발전 자리 잡아야"
◇“취약 차주 채무, 정리해줘야”
이 대통령은 이날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부채 탕감’을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언급하며 “대전에 와서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취약 차주 채무 탕감에 대해 “정리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며 “7년간 빚을 못 갚아 신용 불량으로 경제 활동을 못 하는 사람의 빚을 정리해주지 말자고 하는 게 인도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냐”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코로나19 시기에 다른 나라 정부는 빚을 져 임대료, 고정비용 등을 보전해주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정책 등을 실시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 빌려줘서, 개인에게 떠넘겨 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상공인이 빚쟁이가 됐으니 정부가 이제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하자 좌중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대책을 세워볼 생각”이라고 했다. 국가 재정을 투입해 자영업자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또 발표하겠다는 의미다.이날 한 자영업자가 “이 대통령의 선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채무 조정과 개인 회생, 파산 제도가 있는 이유가 있지 않으냐”고 반론을 제기하자, 이 대통령은 “‘열심히 상환한 사람을 지원해줘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는 기본적으로 연대”라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채권자 입장에선 장부에 쓰인 숫자에 불과하다”며 “신용 불량자로 경제 생활을 못 하는 사람을 그냥 두면 사회·경제적으로 비용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일자리를 창출해 자영업자 수를 줄여야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며 “스펀지처럼 실업자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자리와 기업을 늘리고 국민 전체 소득이 올라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채무 탕감을 당연시한 이 대통령 발언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10명 중 1명이 빚을 갚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9명에게 이자를 받는 것은 맞지만, 빚을 연체한 1명에게 끝까지 추심을 진행해 결국 회수하는 빚과 그 이자도 분명히 9명의 금리에 반영된다”며 “채무 탕감이 당연해지면 정상적으로 빚을 갚는 9명의 대출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李 “균형 발전 필요해”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수도권에 편중된 경제 성장 방식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고도 성장기엔 성장을 위해 자원 배분이 한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으로 보면 서울에 집중됐고, 기업으로 보면 몇몇 대기업을 골라 집중 육성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전 세계 유례없이 압축 성장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한쪽으로 (자원을) 몰아서 성장하는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는 자원이 골고루 배분되는 ‘공정 경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공평한 기회 속에 성장하고, 큰 기업도 부당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정상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권화된 몇몇 집단 또는 사람의 지위도 해체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김형규/한재영/정의진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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