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매입 놓고 파월 vs 트럼프 갈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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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폰 컴퓨터 반도체 관세 유예
14일(미 동부시간)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2.5%에 이르는 커다란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애플과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론, 델, HP, 베스트바이 등이 모두 급등세로 출발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상호관세 90일 유예에 이어 전자제품 면제가 나왔지만, 관세 이슈는 지속해서 시장 불확실성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많은 관세가 남아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세금과 같아서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성장 둔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겁니다. 도이치뱅크는 "경기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확실히 한 달 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해서, 앞으로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불확실하다. 결국 이 때문에 시장은 당분간 ‘관망 상태(wait-and-watch)’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데스크는 "기술주와 경기순환주가 시장 상승을 주도하면서 1~2주간 단기 반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무역 전쟁이 상당히 완화될 때까지는 ‘반등 시 매도’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겁니다. JP모건은 "트럼프 피벗은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무역 전쟁에 대한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5200~5700선에서 거래될 것이다. 만약 90일 동안 새로운 합의가 발표되지 않는다면, 더 큰 폭의 내림세가 예상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긍정적 해석도 있습니다. UBS는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90일 상호관세 유예와 전자제품 관세 유예를 고려하면, 기술주 회복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 혼란에 대응하여 태도를 바꾸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시장 스트레스에 대한 어느 정도의 민감성을 나타내며, 어떤 형태로든 '트럼프 풋'이 존재한다고 믿게 한다. 많은 국가가 협상 의지를 표명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략 성공'을 입증할 유인이 커짐에 따라, 90일 기간에 다양한 합의나 면제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 변동성은 지속할 것으로 보지만 점진적 뉴스 흐름 개선에 힘입어 증시의 전반적인 상승세와 기술주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도 "스마트폰 등 중국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연기한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긍정적이다. 이는 기업에 긍정적인 선택지를 추가로 열어준다. 또 백악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빅테크 등의) 더 많은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단기적으로 S&P500지수가 55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워싱아웃' 주식(큰 폭으로 하락한 주식)에 집중한다"라고 밝혔습니다.
2. 관세는 여전히 경기 둔화 요인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에 관세 예외가 발표된 적이 없다. 어떤 나라도 '책임 면제'를 받지 못할 것이다. 특히 단연코 우리를 가장 심하게 대하는 중국은 더더욱!"이라고 밝힌 데 대해 일부에선 협상력 저하를 우려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연이은 관세 면제·유예로 인한 협상력 약화를 막기 위해 블러핑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은 거의 모든 희토류에 대한 수출 중단에 돌입했고 시 주석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섰습니다. 시 주석은 베트남에서 정상 회담을 가진 뒤 공급망 강화·철도 협력 등 약 40개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관세가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76%
▶자본지출을 늘릴 계획 26%(3월 37%)
▶향후 6개월 내 경기 침체나 불황이 올 것 62%
3. 소비 줄어드나…계속되는 경고
어쨌든 주가는 오전 11시까지는 꾸준히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 기대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소비자의 1년(단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2월보다 0.5%포인트 높아진 3.6%에 달했습니다.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것입니다. 물론 2022년 6월 6.8% 기록에 비하면 아직 높은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3년(중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3.0%로 변동이 없었으며, 5년 인플레 기대는 0.1포인트 낮아진 2.9%로 나왔습니다.
▶1년 후 가계 재정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계의 비율이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인 30%로 증가했습니다.
▶실업률이 1년 후 더 높아질 것이란 답변은 3월 4.6%포인트 상승한 44.0%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다음 12개월 동안 직장을 잃을 확률에 대한 답변도 1.6%포인트 증가해 15.7%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4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4. 자동차 부품도 관세 면제? 시장은 반겼다
하지만 상호관세 협상이 금세 타결될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발효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품목에 이어 반도체에 대한 232조 조치를 예고해왔지만, 트럼프의 주말 메시지를 보면 반도체 조사가 전자제품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이게 각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요. 상호관세 면제를 바라는 국가들은 대미 수출 중 많은 부분이 상호관세에서 품목 관세 대상으로 재분류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겁니다. 에버코어는 "대만, 일본, 한국의 경우, 미국 수출의 절반도 안 되는 물량만이 상호관세 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대규모 양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작아졌다. 대신 이들은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 관세에 대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러트닉 장관은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죠.
상무부는 오늘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에 대한 232조 국가안보 조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의약품 및 원료 수입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관세 부과를 위한 기초작업입니다.
블룸버그는 "극심한 관세 정책의 변화로 인해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해 온 각국의 외교관과 공무원들은 협상을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한미FTA 협상을 했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사장은 "트럼프식 접근 방식은 무역 상대국에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해,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5. 관세…높아도 낮아도 금리 인하?
미 중앙은행(Fed)에서도 긍정적 발언이 나왔습니다. 크리스토러 월러 이사는 "관세에 대한 교과서적 견해는 일회성 가격 인상일 뿐, 지속적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4월 9일 이후 관세가 매우 높아졌지만,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6. 채권 금리 큰 폭 하락…이유는?
채권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이었습니다. 지난주 50bp씩 뛰면서 수십 년 내 기록적인 변동성을 보였던 미 국채 수익률은 장·단기물 모두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습니다. 10년물의 경우 5일 연속 상승세를 끝냈죠.
JP모건자산운용의 밥 미셸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주 최대의 레버리지 해소를 봤다"라면서 "해외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들이 미 국채에서 손을 떼는 일은 없다. 지금은 국채가 낮은 가격과 높은 수익률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미 국채의 3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페더레이티드에르메스는 "지난주 장기 국채 수익률 급등은 다양한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며, 그중 일부는 곧 안정될 것"이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관세의 장기 인플레이션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향후 인플레이션을 할인하는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TIPS) 시장은 이를 뒷받침하지 않았다.
② 대형 운용사가 위험 자산 포지션을 청산함으로써 금리 상승이 악화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한 채권 변동성의 원인은 청산이 마무리됨에 따라 곧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무역 활동 감소는 단기적으로 채권 시장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관세 협상 관련 발표가 더 많아지고, 이런 발표가 무역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면 채권 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BCA리서치는 "투자자들은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대가로 미국 국채에 대한 낮은 위험 조정 수익률을 감수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역학 관계가 이제 변하고 있다. 공격적 재정 정책으로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서 부채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은 투자 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가 여전히 상당히 고평가된 가운데, 최근 달러에 대한 등급을 비중축소로 낮췄다. 기축통화 지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의 피터 브레진 전략가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시장의 주요 화두는 관세가 아니라, 점점 더 피할 수 없게 될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충돌일 것이다. 정부는 (해외 수요가 줄어든) 채권 매입을 요구할 것이고, Fed는 매입 요구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한다. 채권 매입은 잘못된 경제 정책을 부추기는 동시에 Fed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베센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채권 시장에서 자산 덤핑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트레이더들이 가끔 겪는 충격 중 하나다.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국가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달러는 여전히 기축통화"라고 말했습니다. 재무부는 필요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파월의 후임자를 고민 중이며 가을에 면접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파월의 임기는 2026년 5월에 끝납니다.
① 관세=인플레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③ 성장=심리지수 부진은 실물경제로 전이될 것이다
③ 재정 적자=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미국은 GDP 10% 적자를 낼 수 있다
④ 미국의 제도적 신뢰도=미국 달러는 UN, WTO, NATO 등과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있다
⑤ 이민=이민은 농업, 레저접객업, 건설업 등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다. 그런데 강하
⑥ Fed 위기=미 대법원은 트럼프가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두 명을 해임했다. 이는 Fed 위원들을 해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7. 애플 덕분에 상승했지만…
결국, 주요 지수는 모두 0.5% 이상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0.79%, 나스닥은 0.64% 올랐고, 다우는 0.78% 상승했습니다.
시티그룹은 무역 전쟁으로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며 S&P500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255달러로 낮췄습니다. 이에 따라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도 기존 6500에서 5800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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