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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아날로그 日의 'AI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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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아날로그 日의 'AI 올인'
    일본은 ‘팩스의 나라’로 불린다.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가 더딘 것을 비꼬는 말이지만, 실제로도 팩스를 많이 쓴다. 2023년 기준 팩스를 보유한 가구 비중이 30%에 달한다. 이메일 대신 팩스로 서류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는 공공기관과 회사가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팩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식당에서 신용카드를 꺼낼 때마다 조마조마하다는 사람이 적잖다.

    ‘아날로그 일본’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기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이다. 각국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했는데, 선진국 중 유일하게 자국민에게 종이로 된 증명서를 나눠준 나라가 일본이다. 코로나19 극복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다른 나라가 1주일 이내에 끝낸 재난지원금 지급에만 수개월이 걸렸다. 지원금 신청과 통보 등의 업무를 스마트폰 앱이 아니라 우편으로 처리한 탓이었다. 당시 일본에선 지원금을 나눠주는 데 1500억엔(약 1조5000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챗GPT 충격 때문일까. 최근 일본은 차세대 디지털 기술인 인공지능(AI)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정보시스템·유저협회(JUAS)에 따르면 2025년 일본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41.2%다. AX(AI 전환) 속도만 따지면 한국보다 한 수 위다. AI 기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에 법인을 둔 AI 기업에 법인세 30%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450억엔(약 45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도 지급한다. 구글과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아시아 시장을 전담하는 법인을 일본에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다. AI 비즈니스의 큰 틀을 규정하는 ‘AI 기본법’ 제정도 끝내지 못했다. 이 법안은 발의된 지 4년 만인 지난해 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규제 수준을 결정하는 시행령은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린 한국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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