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우리만의 잔치'로 끝난 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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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찬 실리콘밸리 특파원
CES를 찾는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 판로 개척과 해외 투자 유치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포부로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현지 투자사와 빅테크 관계자를 최대한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푼다. 이들은 나흘간의 행사 기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열정적으로 자신의 기업을 소개한다.
지자체 홍보에 치중한 한국관
하지만 현장에서는 CES가 ‘한국인만의 잔치’ 같다는 자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한국관에서 가장 눈에 띈 건 혁신 기술을 선보인 스타트업의 이름이 아니라 지자체 ‘간판’이었다. 지자체 부스는 시·도 광역단체를 넘어 구(區) 단위의 기초단체까지 난립했다. 부스를 차린 목적이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서인지 관내 기업을 후원하기 위해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어김없이 해당 부스 앞은 여러 수행 인원을 거느린 지자체장과 정치인들로 북적였다. 부스를 순시하듯 돌아다니다가 사진을 찍고 떠나는 그들의 모습은 볼썽사납기 그지없었다. 해외 진출의 꿈을 안은 스타트업이 각 지자체의 치적 쌓기에 활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정부와 지자체가 CES에 혈세를 들여 부스를 차리도록 한 것은 세계 무대에 도전하려는 기업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라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한국관의 모습은 애초 취지와는 너무도 달랐다. 한국관을 다시 지역별로 나눈 것만 해도 주객전도의 전형적인 사례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지역명을 어떻게 구분하고 찾아오라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의 첨단 기술을 제대로 홍보하겠다는 목적이라면 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각 스타트업의 전문 분야 중심으로 한국관을 구성했어야 한다.
주객전도도 적당해야
연례행사처럼 CES를 찾는 정치인과 지자체장들의 태도도 바뀔 필요가 있다. 사진 찍기에 열중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CES 같은 대규모 컨벤션 행사를 관내에 유치할 수 있을지 답을 찾는 데 노력하면 어떨까. CES 2025엔 세계 160여 개국에서 1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았다. 국내 기업인들도 CES 기간에 맞춰 라스베이거스행 직항 전세편 티켓을 구하느라 동분서주한다. 표를 구하지 못해 로스앤젤레스(LA) 공항까지 5~6시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이 많은 사람이 나흘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쓴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CES를 글로벌 기술 전쟁의 현장으로 인식한 정치인은 과연 얼마나 됐을까 궁금하다. 행사 마지막 날 미국의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를 만났다. “기술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한국어만 들리는 부스에 글로벌 VC가 방문할까요?” 비아냥 섞인 그의 충고가 라스베이거스를 떠날 때까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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