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내부.  /핵융합연 제공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내부. /핵융합연 제공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종착점이 우주 태양광과 핵융합 발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 기술 모두 인공지능(AI)을 쉴 새 없이 가동할 수 있는 무한 청정 에너지원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인류가 아직 접근하지 못한 미래 에너지란 공통점도 있다.

22일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아우르는 초당파 싱크탱크 ‘SCSP’(Special Competitive Studies Project)가 출범했다. 이 싱크탱크의 설립 목적은 ‘AI와 신흥 기술에서 미국이 장기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제안’.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이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SCSP는 지난해 별세한 미국 외교가의 전설 헨리 키신저가 록펠러재단과 함께 1950년대 주도한 싱크탱크 ‘SSP’(Special Studies Project)를 벤치마킹했다. 차이점이라면 SSP는 소련, SCSP는 중국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SCSP는 올 상반기 ‘미국의 차세대 에너지 리더십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을 제안했다. 이들은 미국의 미래가 걸린 시기를 내년부터 2030년까지라고 봤다. 이 기간 우주 태양광, 핵융합 등 미래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에 기술 패권을 뺏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유럽 호주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이 보유한 우주 태양광과 핵융합 기술 수준을 평가하고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우주 태양광은 우주에서 태양 빛과 열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해 지구로 무선 전송하는 기술이다. 태양에너지를 전자기파로 바꾼 뒤 지상 렉테나(전파를 흡수해 직류 전력으로 변환하는 안테나)로 보내고 이를 다시 전기로 만들어 낸다. 연간 발전량이 동일 면적 기준 지구 태양광보다 스무 배가량 많다. 지구 태양광과 달리 날씨와 밤낮의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365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방위산업 기업인 노스럽그루먼과 미국 공군이 내년 우주 태양광 발전 위성을 처음 발사한다.

태재미래전략원 관계자는 “우주 태양광과 핵융합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밀리면 동맹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보호하기 힘들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미국의 영향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우주 태양광과 핵융합은 앞으로 위성항법장치(GPS)를 뛰어넘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2050년까지 우주 태양광을 통해 1GW 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CSP는 “우주 태양광은 이제 과학적 도전이 아니라 공학적 도전으로 넘어왔다”며 “최초로 상용화하는 국가가 누구도 못 가본 새로운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2030년까지 50㎾, 2050년까지 35GW 발전에 성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5GW는 미국 전체 가구의 20%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핵융합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한다. 원전 이상의 효율이 기대되면서도 원전의 최대 약점인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다. 2022년 12월 미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는 투입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산출하는 ‘과학적 손익 분기점’을 달성했다. 2030년대 초반까지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SCSP는 “미래 전력의 대규모 배치는 국가 안보의 필수 과제”라며 “미국은 ‘핵융합 문샷’ 프로젝트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련과의 냉전에서 1969년 인간을 달에 보낸 아폴로 프로젝트(문샷)에 필적하는 절박함으로 핵융합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태재미래전략원 관계자는 “지금은 명실상부한 기술경제(techno-economy) 시대로 퀀텀 점프식 기술 도약이 경제 생태계를 순식간에 바꿔 놓을 수 있다”며 “정치와 정부, 연구자는 이런 기술의 궁극적 사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