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 활짝 열려 있었다"…부천 호텔 화재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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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클로저' 미설치 탓 방화문 안 닫혀
화염·연기 급속 확산
경보기 울리자 화재여부 확인 안 하고 작동 정지
화염·연기 급속 확산
경보기 울리자 화재여부 확인 안 하고 작동 정지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축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건물주 A씨(66), 호텔 운영자 B씨(42)와 C씨(45·여·A씨의 딸), 호텔 매니저 D씨(36·여)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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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소유주 A씨는 호텔 인수 1년 뒤인 2018년 5월 전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
이 호텔은 2004년 10월 준공된 건물로, 준공 이후 14년 만에 에어컨 교체 공사가 진행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A씨는 영업 지장 우려 등을 이유로 전체적인 배선 교체 대신 기존의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당시 에어컨 설치 업자는 기존의 에어컨 전선 길이가 짧아 작업이 어려워지자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면서 절연 테이프로만 마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전선은 통선 사용이 원칙이며,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결선할 경우 접촉 저항을 최소화할 각종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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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총 63개의 객실 중 15개 객실은 맨눈으로 볼 때도 에어컨 전선 결선 상태가 부실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경찰은 자동닫힘장치, 즉 도어 클로저 미설치로 인해 객실문이 열려있던 점을 첫손에 꼽았다. 각 객실문은 상대적으로 방화 성능이 좋은 '갑종 방화문'으로 돼 있었지만, 불이 난 810호의 객실문은 화재 당시 활짝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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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환기를 이유로 복도의 비상구 방화문을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해 열어둔 것도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화재 직후 8층 복도의 화염과 연기가 열린 비상구 방화문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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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객실에 간이완강기가 비치돼 있어야 하는데도 31개 객실에는 완강기가 없었고, 9개 객실의 로프 길이는 층고에 미달하는 등 피난 기구 관리도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운영자 B씨는 소방안전교육을 받지도 않은 채 소방 안전관리자로서 자격을 유지했고, 소방계획서 역시 부실하게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건물에서 뛰어내린 투숙객들을 안전하게 받아내지 못하고 뒤집히면서 사망자를 발생시킨 에어매트(공기 안전 매트) 설치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수사한 경찰은 소방당국에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당시 807호 남녀 투숙객 2명은 복도의 화염이 객실 내로 번져 탈출할 길이 없게 되자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운데 지점이 아니라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졌고, 그 순간 반동에 의해 에어매트가 뒤집히고 말았다. 이 여성을 구조할 겨를도 없이 불과 2∼3초 뒤에 남성이 뛰어내렸고, 그는 큰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경찰은 에어매트를 설치한 지점인 807호 바로 아래는 호텔 주차장 진입로로, 약 7도의 경사가 있고, 일부 굴곡이 있어 매트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전했다. 또 에어매트 설치에 관한 체계적 매뉴얼이 없는 가운데 설치 인력도 부족해 출동 경찰관까지 나선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807호 투숙객들의 사망 책임을 소방당국에 돌릴 수는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다만 경찰은 구조 장비의 운용상 개선점에 대해 소방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7분 부천시 원미구 중동 코보스 호텔 810호 객실 내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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