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단 2명'…레고가 공인한 김승유 작가의 도전 [원종환의 中企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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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레고공인작가 인터뷰
'만들기' 꿈꾸던 소년, 브릭 아티스트로 활동
화흥문·옥토끼 등 레고로 한국미(美) 빚어내
'만들기' 꿈꾸던 소년, 브릭 아티스트로 활동
화흥문·옥토끼 등 레고로 한국미(美) 빚어내

이 작품을 만든 레고공인작가(LCP) 김승유(38) 씨는 “올해 이곳으로 본사를 옮긴 레고코리아의 한국적인 색채를 트렌디하게 전하고 싶었다"며 "한 공간에서 한국의 사계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도록 해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레고그룹이 인정한 레고공인작가다. 레고공인작가는 현재 전 세계 13개국을 통틀어 23명뿐이다. 한국에선 김 작가를 포함해 총 2명이 활동하고 있다.
장래희망은 '만들기'…예술 소재로 레고의 매력에 빠져
‘만들기’. 어린 시절 김 작가의 장래희망란은 늘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보편화되지 않던 90년대에 그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한 도구는 레고였다.김 작가는 “주마다 주제를 정해 레고로 창작물을 만들며 놀곤 했다”며 “동네 형이 만든 우주선을 보고 기가 죽어 울었던 경험이 레고와의 강렬했던 첫인상”이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상명대에서 산업디자인학과를 전공한 그에게 레고는 작품을 표현하기 위한 소재기도 했다. 김 작가는 “레고는 컴퓨터로 작업한 결과를 현실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로 다가왔다"며 "작은 건축물이나 조형, 오브제 등을 만들며 레고 활동을 업(業)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레고를 전문으로 다루는 ‘브릭 아티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5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30대로 굳어지는 나이도 김 작가가 진로를 고민하도록 하는 데 한몫했다. 김 작가는 “브릭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도 본업인 가구 디자이너를 병행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 작품이 주목받지 못하면 미련 없이 브릭 아티스트를 관두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쏟아냈다"며 "미국 시카고의 한 박물관에서 전시를 제안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전시회는 무산됐지만, 레고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화홍문·롯데타워 등 100여가지 작품 선보여

'도약'은 서울 신천동에 있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실제 비율을 최대한 유지하며 만든 작품이다. 김 작가는 "건축물의 조감도에 초점을 둔 작품"이라며 "수많은 레고 브릭을 탑처럼 쌓는 과정을 통해 높은 꿈을 향한 도약을 형상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레고코리아 본사에 전시한 ‘옥토끼’는 한국의 전통미(美)를 레고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 작가는 "전래동화에 나오는 옥토끼가 떡방아 대신 브릭방아를 찧는다는 게 기획 의도"라며 "달빛을 머금은 브릭과 함께 레고의 무한한 상상력도 만들어진다는 걸 표현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창작욕, 레고로 빚어낼 것"
김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레고만을 이용한 집 만들기’다. 그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레고로만 이뤄진 공간을 죽기 전에 만들고 싶다"며 "제가 죽더라도 많은 사람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남길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그는 “레고는 동심의 세계와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을 잇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라며 "'원트(Want)의 어원을 따 만든 필명 반트(Vant)처럼 끊임없이 상상하고 바라는 것들을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