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함에 여러번 감동"…한국 양궁 '세계 최강' 이끈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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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전 종목 석권한 한국 양궁
비결 중 하나로 '정의선 리더십' 꼽혀
대담성·혁신성·포용성 주목
비결 중 하나로 '정의선 리더십' 꼽혀
대담성·혁신성·포용성 주목

19일 경영학계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이 구축한 기반을 고도화시켜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스포츠 환경 변화에 혁신적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양궁인들과 사려 깊고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신뢰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에 대한양궁협회 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올해로 20년째 단체를 이끌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이미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정 회장은 기업 경영을 양궁에 접목해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 달성 △대중적 신뢰와 폭넓은 지지 획득 △안정적이고 투명한 양궁협회 운영 등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로 대한양궁협회는 다른 체육 협회와 늘 비교 대상이 되며 인정받고 있다.

정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초기 양궁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공정한 경쟁과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스포츠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한양궁협회는 지연·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 없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다음으로는 정 회장의 '혁신의 리더십'이 주목받는다. 글로벌 스포츠 환경 변화에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빠르게 대응한 것이 한국 양궁을 세계 최고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 회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들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세계 최강의 한국 양궁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R&D 기술을 적용하면, 경기 외적인 변수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또 실전에서 겪을 다양한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훈련법을 도입해 대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먼저 남다르고 집요하게 다음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정 회장이 지금도 강조하는 '미리미리' 정신이 반영된 결과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변화와 체질 개선'을 강보하면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조직 문화 혁신으로 미래 불확실성을 기회로 삼자고 회사 구성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양궁 선수들은 한결같이 정 회장을 언급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임시현 선수는 "정 회장님이 많은 지원을 해 주셔서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우진 선수는 "정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은 즐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즐겼다"며 일화를 밝혔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꼼꼼한 정 회장 특유의 리더십에 여러 번 감동했다"며 "정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내가 업혀 간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양궁협회와 국가대표 선수단이 정 회장의 꼼꼼한 준비와 정성 덕분에 성적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구성원 개개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종종 선수들과 만나 격의 없이 식사를 함께하며 소통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의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과 협회 간 역할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파리대회 전 종목 석권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며 "협회도 정 회장의 진심, 철학, 원칙들이 왜곡 없이 온전히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