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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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일 27일 중 25일을 지각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노동법을 악용하는 '취업 빌런(악당)' 사례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경직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12부(채성호 부장판사)는 해고된 음식점 직원 A씨가 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최근 기각했다. A씨는 대구 북구의 한 음식점에서 2023년 9월 14일부터 월 300만원을 받으며 음식 조리 등 주방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는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잦은 지각을 이유로 업주로부터 서면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출근 일주일만인 21일부터 지각을 시작해 해고 때까지 근무한 27일 중 25일을 지각했다. 출근 이후에도 흡연 등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고, 업주의 업무지시를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 "지각은 해고 사유가 아니며 징계가 과중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드리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가 2018년 5월 이후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총 14회에 걸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가 근무한 사업장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이었고 근무 기간도 열흘에서 석 달 수준에 그쳤다. 대다수 사건에서 업주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재판부가 "A씨의 지각이나 지시 불이행 등 비위 행위 반복이 단순히 불성실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분쟁 기간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사업장을 전전하면서 영세 업체들을 상대로 해고를 유도한 후 사소한 잘못을 트집 잡아 월급과 합의금을 뜯어내는 취업 빌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한 근로감독관은 "(취업 빌런들은) 해고 서면 통지나 해고 예고 수당 지급 등 노동법 규정을 잘 알지 못하는 영세 사업장을 주로 노린다"며 "근로감독관들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이 지역마다 꼭 있다"고 말했다.

노동법을 악용하려는 근로자 입장에선 노동위원회에서 구제 절차를 밟는 데 드는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법원 재판에서도 국선 변호사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 패소해도 밑질 게 없다. 하지만 업주는 분쟁이 장기화하고 조사를 받게 되면 압박감을 느끼거나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될 수 있어 합의금을 주고 사안을 종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 공인노무사는 "지역 사업주끼리 특정 근로자의 명단을 공유라도 하게 되면 근로기준법상 '취업 방해금지' 규정 위반"이라며 "사업주들이 기초 노동 질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직된 노동법을 악용하는 행위에 대한 방지책 마련도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