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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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자문관이라는 직위가 있었나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기획재정부 A사무관)

“부총리자문관은 확대간부회의와 각종 보고에 항상 참여하면서 지근거리에서 부총리에게 정책을 자문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기재부 B국장)

정부 각 부처 장관은 법령상 1~3명의 정책보좌관을 정식으로 임명할 수 있다. 장관의 국정 업무를 돕고 공직사회 개혁을 보좌한다는 취지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됐다. 대통령령인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실·국에 속하지 않은 장관 직속으로 배정된다.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은 정책보좌관을 3명까지 둘 수 있다. 통상 한 자리는 국장급 고위공무원, 나머지 2자리는 외부에서 채용하는 별정직 3급 직위다. 이와 별도로 부총리를 겸하는 기재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은 부총리자문관을 임명할 수 있다.

장관 정책보좌 역할인 정책보좌관과 달리 부총리자문관은 말 그대로 부처의 각종 정책과 현안에 대해 부총리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연합뉴스
기재부의 경우 최근 10년 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몫으로 부총리자문관이 배정됐다. 박근혜 정부 초대 기재부 장관인 현오석 부총리 때부터 줄곧 KDI 선임연구위원이 파견 형식으로 잇따라 선임됐다.

부총리자문관은 KDI에서 부원장이나 센터장을 지낸 거물급 학자들이 잇따라 선임됐다. 부총리자문관은 부총리 주재 확대간부회의와 각종 보고에 항상 참여하면서 정책 결정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차관보나 실·국장과 달리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름이 외부에 일절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소속 공무원들도 부총리자문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무관 뿐 아니라 과장급 간부들조차도 부총리자문관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세종청사가 아닌 서울청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직원들과의 접촉이 뜸한 이유다.

홍남기 전 부총리 재임 때는 부총리자문관이 공석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추경호 전 부총리 때 4년 만에 부활했다. 남창우 KDI 선임연구위원(현 연구부원장)이 2022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근무했다. 기재부와 KDI의 적극적인 소통뿐 아니라 거시경제 관련 각종 자문 역할을 맡았다.

최상목 부총리 취임 후 남 부원장에 이어 황모 부총리자문관이 지난 1월 11일부터 자리를 이어받았다. 황 자문관은 이례적으로 비(非) KDI 출신이다. 신문사 기자를 거쳐 민간 기업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이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기재부에서 미디어기획팀장을 지냈다. 이후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1월 부총리자문관에 선임됐다.

비KDI 출신이자 홍보 전문가인 황 자문관이 임명된 배경엔 최 부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 기재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최 부총리는 부총리 후보로 임명되자마자 황 자문관에게 영입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총리는 기재부 국·과장 근무 시절부터 황 자문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무원의 시각이 아닌 외부 시각에서 기재부 정책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가감 없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부탁했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자문 역할을 넘어 조직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고, 조직을 치밀하게 검증하는 선의의 비판자인 이른바 ‘레드팀’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실제로 황 자문관은 각종 회의에 참석할 뿐 아니라 부총리 현장 방문에도 적극 동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총리 주재 회의 모두발언부터 기재부에서 발표하는 굵직한 정책 보도자료의 대부분이 사전에 황 자문관의 손을 거친다는 것이 기재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황 자문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기재부 정책과 현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기재부 정책을 국민들이 제대로 체감할 수 있도록 각종 지적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