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칩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여섯번째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주가 전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증권가는 AI산업이 진입 초기 국면인데다 당분간 대체하거나 경쟁할만한 기업이 없는 만큼 지금과 같은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9.32% 오른 1037.99달러에 장을 마쳤다. 미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시장 전반에 투자심리가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전날 분기 '깜짝실적'을 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양호한 실적에 배당증액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액면분할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분기 배당금을 주당 4센트에서 1센트로 조정했지만 10대 1 분할 비율 고려 시 배당이 2.5배 증가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기존 1주를 10주로 쪼개는 10대 1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주가 수준에서 10대 1 액면분할이 이뤄진다면 주당 가격은 100달러 대로 낮아지게 된다.

액면분할은 자본금 증감 없이 주식을 쪼개 주당 가격을 낮추는 것을 말한다. 본질적 기업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주식 가격이 낮아지면서 거래 활성화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시장의 유통 주식수가 늘고 높은 가격 탓에 진입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어 액면분할은 통상 주가에 호재로 여겨진다. 특히 현재 실적이 양호하거나, 향후 실적 전망이 높은 기업일 수록 효과가 크다.

엔디비아는 그동안 다섯 차례 액면분할을 진행한 바 있다. 2000년과 2001년, 2006년에는 2대 1 비율로 분할했고 2007년에는 3대 2로 주식을 쪼갰다. 가장 최근인 2021년에는 4대 1 비율로 주식을 분할했는데 이번에는 규모를 10대 1로 크게 늘렸다.

마지막 액면분할이었던 2021년에는 분할 발표 후 일주일 간 엔비디아 주가가 30%가량 올랐다. 최근 1~2년 사이 액면분할을 실시한 구글, 아마존, 월마트 등도 분할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2020년 5대 1 액면분할을 진행한 테슬라는 당일에만 주가가 8% 뛰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 결정으로 다음달 6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7일 장 마감 뒤 보통주 9주를 추가 배정 받을 수 있다"며 "적어도 월초까지는 추가 매수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액면분할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실적 전망과 배당 증액 여부를 엔비디아가 모두 갖춘 만큼 주가에 강한 상승 압력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엔비디아는 향후 2분기 호실적 전망과 함께 분기 배당금도 기존보다 150% 늘리면서 향후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비디아는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려잡기도 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칩인 H100의 공급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AI칩 기업 중 엔비디아의 대체재나 경쟁사가 없다"고 말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GPU,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AI 구동을 위한 모든 분야에서 대체 불가"라며 "전 세계 반도체 관련 기업 중 꼽는다면 엔비디아가 제일 낫다"고 했다.

엔비디아 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도 벌써 들썩인다. 국내에서 엔비디아 비중이 가장 높은 ETF인 'SOL 미국 AI반도체 칩메이커 ETF'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4.6%에 달했다. SOL 미국 AI반도체 칩메이커 ETF는 GPU, NPU, CPU 등을 설계하는 엔비디아 등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엔비디아를 비롯 AMD, 브로드컴, 퀄컴 등 총 1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엔비디아라는 개별 종목의 단기 주가 변동성에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AI라는 거대한 전방산업, 그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칩메이커 기업들을 꾸준히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연금계좌에는 개별주 편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투자의 관점에서는 ETF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