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세종에 위치한 육군 제32보병사단 정문으로 응급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 세종에 위치한 육군 제32보병사단 정문으로 응급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육군 제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수류탄 훈련 도중 사고로 숨진 훈련병의 모친이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23일 밝혔다.

수류탄 사고로 숨진 김모(20대) 훈련병의 모친인 A씨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고통 속에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A씨는 "하늘나라로 간 32사단 김 훈련병의 엄마다. 생각보다 군 생활이 할 만하다고, 훈련도 받을 만하다고, 다음 주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영화도 보자는 말에 '좋아요'라고 했던 우리 아들을 이제 다시 볼 수 없게 됐다"고 썼다.

A씨는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 목소리에서 제법 군인다운 씩씩함이 느껴졌던 우리 아들. 너무 보고 싶다고 했더니 '힘내시라'고 '다음 주에 볼 수 있으니 조금만 참으시고 저도 힘낼게요'라고 했던 우리 아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라고 했다.

이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어쩌다 이렇게 처참하게 먼저 떠나야 하는지,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라며 "나라에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해 입대한 우리 아들이 왜 이런 위험에 노출됐고, 사고로 이어졌는지, 그 순간 얼마나 두려웠을지, 아들을 따라 같이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비통함을 어찌 말을 할 수 있겠나. 고통 속에 장례를 치르고 있다"며 "같이 훈련받았던 어린 훈련병들이 부디 트라우마 없이 자대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해주시길 바란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마지막까지 잘 보내겠다. 깊은 애도에 감사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32사단 부대 입구. / 사진=뉴스1
32사단 부대 입구. / 사진=뉴스1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9시 50분께 세종시에 있는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진행된 수류탄 투척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김 훈련병이 숨지고, 상사 1명이 다쳤다.

사고는 수류탄 안전핀을 뽑은 김 훈련병이 수류탄을 던지지 않고 손에 들고 있자, 지켜보던 B 상사가 달려가 조처를 하는 과정에서 수류탄이 그대로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훈련병은 심정지 상태로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B 상사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받아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 당일 전체 교육 대상 훈련병은 235명으로, 훈련에 참여한 상당수의 훈련병이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수류탄 훈련은 전체 6주 신병 교육 기간 중 통상 후반부인 4~5주 차에 진행한다. 김 훈련병을 비롯한 사고를 목격한 훈련병들은 내주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에서 가족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편, 육군본부는 사고 발생 직후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실수류탄 대신 연습용 수류탄을 사용하도록 전 군에 지시했다. 육군 관계자는 "사망 장병과 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민간 경찰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