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기숙사인 우정원에서 "건물 붕괴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서울시가 긴급 점검을 벌였다. 우선 서울시가 나서 '구조적 위험이 없다'고 결론내렸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0일 서울시는 연세대 기숙사 우정원을 방문해 자체 학교와 함께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현장 점검에 참여한 서울시 건축물안전팀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와 함께 건물을 육안으로 살펴봤는데 구조적 위험은 보이지 않았다"며 "바닥 타일이 솟은 것은 날씨가 더워지며 열팽창에 의해 생긴 현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8일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타일이 들뜬 모습(좌)와 벽이 솟은 모습(우)이다. /에브리타임
18일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타일이 들뜬 모습(좌)와 벽이 솟은 모습(우)이다. /에브리타임
지난 주말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천장에서 콘크리트 가루가 떨어진다', '지하 1층 셀프키친(주방) 바닥 타일이 솟았다', '벽에 금이 갔다' 등 글이 올라와 학생들의 우려를 샀다. 불안감을 느낀 일부 학생들은 짐을 싸 본가로 돌아가거나 외부 숙소로 거취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원 입소생인 A씨는 "1~2주 전부터 이상한 진동과 소음이 신경 쓰일 정도로 심해져서 밤에 잠을 못 잤다"며 "무서워서 일단 중요한 짐을 챙겨 본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우려에 대해 연세대 생활관은 "18일 저녁 시설처 건축팀 실무자 2명이 기둥, 보, 벽체 등을 육안 검토했으나 안전과 관련된 이상 현상은 없었다"며 "매년 실시하는 안전 점검에서 우정원은 2023년에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19일 기숙사 내부에 붙였다.

생활관 입장문에 이어 이날 서울시가 내놓은 '안전하다'는 발표에도 학생들은 도무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기숙사생 이 모씨(23)는 "겨우 한 시간 동안 눈으로 쓱 보고 가서 뭘 알겠냐"며 "보여주기식 행정인 것 같아 못 미덥다"고 투덜댔다.

기숙사로 복귀하지 않은 학생도 많다. 우정원 입소생 B씨(22)는 "도저히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지금은 친척 집에 와 있다"며 "제대로 된 정밀 점검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못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날 "외부 전문기관에 건물 정밀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