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중하고 피해 회복 안 돼 더 무거운 형 선고돼야"

전국 638개 아파트 단지 '월패드'(wallpad·통합 주택 제어판)를 해킹해 집안을 엿본 혐의로 기소된 보안 전문가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자 검찰이 항소했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유정현 부장검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된 피고인 이모(41)씨에게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격정지 4년을 함께 선고하면서 이씨를 법정 구속했으며 성범죄예방교육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5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범행 일부를 부인하는 데다 아파트 안에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해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는 등 범죄가 중대하다"며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 아파트 해킹해 엿본 보안전문가 징역 4년 선고에 검찰 항소
앞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씨는 2021년 8∼11월 전국 638개 아파트 각 세대 월패드와 이를 관리하는 서버를 해킹해 집안을 몰래 촬영하고 영상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판매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감한 신체 부위가 촬영된 영상도 있어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이씨는 국내 정보기술(IT) 보안 분야 전문가로 방송에도 출연했던 것으로 드러나 사건 당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국민에게 예민한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촬영되고 유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주는 등 사회에 끼친 해악이 매우 크다"며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대담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월패드의 보안 취약성을 공론화하려 했고 영리 목적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