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루미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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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대표 시인이 쓴 ‘사랑의 경전’ [고두현의 아침 시편]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시를 쓴 사람은 페르시아 시인 루미(1207~1273)입니다. 본명은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 달달한 연애시를 주로 쓴 시인이지만, 사실 그는 신비주의자이자 금욕주의자인 종교인이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페르시아의 위대한 업적으로 꼽히는 <마스나비>(전6권)입니다. 이 시집은 ‘페르시아어의 코란’, ‘신비주의의 바이블’로 불릴 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지요.

그는 이 시집에서 “당신이 분노하고 다툰다 해도 나에게는 하프의 선율보다 아름다우며”, “사랑에 침몰하여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지만 당신 안에 침몰하는 것이라면 더욱 깊이 침몰하겠다”고 노래합니다. 또 “초원에 내리는 비처럼 당신을 대신하여 울겠다”고 다짐합니다.

여기에서 “초원에 내리는 비처럼” “대신하여 울겠다”는 “당신”은 그가 그토록 가 닿고자 했던 신이거나, 스승이자 친구이며 연인이었던 샴스이거나, 그 자신일 수도 있겠지요.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종착지로 향하는 여정의 일부입니다.

그는 1207년 9월 30일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땅인 발흐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학자들의 술탄’으로 불린 신학자였고 어머니는 지역 지도자의 딸이었지요. 그의 가족은 몽골의 침략을 피해 현재의 튀르키예인 아나톨리아로 이주했고, 이후 콘야에 정착했습니다. ‘루미’는 이때부터 불린 이름이라고 합니다.

저명한 학자가 된 그는 37세 때 평생의 친구이자 스승이자 연인인 샴스를 만났는데, 이때 샴스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너무 강렬한 인상을 받아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고 합니다.

샴스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영영 이별한 뒤, 그는 고통과 슬픔 속에 수많은 시를 쏟아냈습니다. 어떨 때는 극도의 황홀경 속에서 2만6000여 구의 시를 노래했지요. 그것을 받아 적은 것이 <마스나비>였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우주적 시인’이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언했습니다. 예언대로 1273년 죽어서 아버지 곁에 묻혔습니다. 콘야의 메블라나 박물관에 그의 묘가 있지요. 죽음으로써 완벽한 ‘신과 합일’을 이룬 그를 기리기 위해 날마다 순례자들이 찾아옵니다. 그의 무덤 묘비명에 적힌 글이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죽을 때
무덤을 땅에서 찾지 말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찾아라.

또 다른 그의 명구도 음미해 보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맞는 선물을 주려고 찾아 나섰다가 그 아름다움을 무엇과도 견줄 수 없어 ‘거울’을 준비했다는 고백, ‘당신 내면의 순수한 빛’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그 거울에 얼굴을 비춰볼 때마다 나를 떠올려 달라는 바람을 담은 노래입니다.

당신을 위한 선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신에게 꼭 맞는 선물을 찾지 못했습니다.
광산 같은 당신에게 어떻게 보석을 선물하겠습니까? 바다 같은 당신에게 어떻게 물방울을 선물하겠습니까? 모든 작물이 심겨 있는 당신이라는 밭에 어떻게 씨앗을 선물하겠습니까?
무엇도 당신의 아름다움과 견줄 것이 없어서 거울을 준비했습니다. 당신 내면의 순수한 빛을 볼 수 있게요.
거울에 아름다운 당신의 얼굴을 비춰보십시오.
아! 하늘의 촛불인 태양 같은 그대여. 당신에게 거울을 드리겠습니다.
아! 내 눈의 빛이여! 얼굴을 비춰볼 때마다 나를 떠올려주십시오.



■ 고두현 시인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 등 출간. 유심작품상, 김만중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