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에 부푼 사람들을 ‘희망 고문’하던 공공 분양 아파트 사전청약제가 결국 폐지된다. 문재인 정부가 수요 분산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고 재도입한 지 2년10개월 만이다. 사전청약은 아파트 착공 단계에서 시행하는 본청약보다 1~2년 앞서 청약을 받는 제도다. 보통 지구단위계획이 승인된 직후 이뤄진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가 입주 지연 문제 등으로 2011년 폐지됐다. 문 정부는 이런 부작용이 되풀이될 것을 알면서도 실패한 제도를 되살렸다.

대부분 사전청약 단지가 토지 보상 지연,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이 늦어져 당첨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5만2000가구가 사전청약을 한 전국 99개 단지 중 본청약을 마친 곳은 13곳뿐이다. 그중 예고한 시점에 본청약을 실시한 곳은 단 한 곳에 그쳤다. 올해 4월 예정이던 경기 군포 대야미지구의 본청약은 2027년 상반기로 3년이나 늦춰졌다. 이 지구의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 예정일 2주 전에야 연기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당첨자들의 자금 조달과 이사 계획이 꼬일 수밖에 없다. 이자 부담은 늘어나는데 당첨 자격을 지키려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입주 때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잘못된 정책을 뒤늦게라도 중단하는 건 다행이지만, 그에 따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은 짚지 않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다음주 전세대책과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 지난해 주택 공급 실적에서 19만 가구를 누락해 혼선을 야기한 실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 잘못된 통계 때문에 근래의 ‘9·26 공급 대책’과 ‘1·10 부동산 대책’의 신뢰까지 흔들렸다. 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오류는 아니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사전청약 실패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치밀하지 못하고 그럴듯하게 포장만 한 정책은 국민을 힘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