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와 전기차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관세를 2~4배 높이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셈법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놓고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단기적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등 혜택을 받겠지만 관세가 전기차 대신 부품을 겨냥하면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제품이 미국 외 시장으로 쏟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 급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이달 초 연구 보고서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과 나머지 국가들이 중국산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관세를 평균 20% 인상하면 중국은 수출이 60.2% 줄지만 한국은 수출이 1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4배 올리기로 했기 때문에 한국산 전기차의 수출 증가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전기차 부품에도 관세를 대폭 올리면 한국에도 악재라는 분석이다. 중국산 부품의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한국 완성차 가격도 인상되기 때문이다. USITC는 미국 등이 중국 전기차 부품 관세를 20% 올리면 한국의 전기차 수출 가격이 3.6% 오르고 생산량은 4.1% 줄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업계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중국산 제품이 미국 외 시장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저가 중국산 철강이 한국에 대거 유입되면 가뜩이나 부진한 철강 업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 물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3만t으로 전년 대비 29.2% 늘어났다.
반도체업계는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를 인상하는 대상이 구형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주력 수출품은 중국과 경쟁관계가 아닌 최첨단 반도체여서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누리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