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한 작년 10월 이후 주요국의 수출 규모가 급감했다.

반도체 동맹 포위 효과…美, 대중 수출 '반토막'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작년 4분기 미국과 네덜란드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액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 44% 감소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일본의 수출 규모도 16% 줄었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액은 일본이 26%, 미국은 10%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중국과 중국 이외 지역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치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또 같은 수준의 수출 규제를 일본과 네덜란드에 요청했다.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은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수출국이다.

중국 측 통계에서도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가 효과를 내고 있음이 확인됐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347억달러(약 45조원)로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3년 만이다. 올 1~2월 중국의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각각 25%, 21% 줄었다.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는 중국 수출 규제로 올해 매출이 20억~25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10%에 달하는 액수다.

중국 수출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인 세계 3위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일렉트론 관계자는 “미국의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하면 장비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