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에스파스 루이 비통에서 열리는 셰일라 힉스 '착륙' 전시 전경.
서울 강남구 에스파스 루이 비통에서 열리는 셰일라 힉스 '착륙' 전시 전경.
전시장 천장에서 형형색색의 실뭉치가 와르르 쏟아진다. 마치 하늘에서 색깔 폭포가 쏟아지는 것 같기도, 바닥 위에서 실로 만든 무지개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선명한 색의 실뭉치를 흰 전시장 바닥에 착륙시킨 이 작품의 이름은 '착륙'. 섬유로 예술을 하는 작가 셰일라 힉스가 10년 전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1958년부터 실과 천 등을 사용해 작업을 해 온 힉스는 '섬유 아트의 선구자'로 꼽힌다. 섬유로 작은 미니어처부터 대형 기념비와 설치물들을 만들어 왔다. 그는 작품 활동을 펼치는 내내 전 세계 다양한 브랜드에 영감이 되었다.

패션계에서 단 한 순간도 스타가 아닌 적이 없었던 힉스의 작품이 지금, 서울에 착륙했다. 서울 청담동 에스파스 루이비통에서 열리는 특별전 '착륙'에서다. 이번 전시에 힉스를 대표하는 대형 설치작품 세 점을 들고 나왔다. 모두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셰일라 힉스.
셰일라 힉스.
힉스는 자신의 작품이 한 곳에 고정되거나 특정한 형태로 굳어지는 것을 거부하는 작가다. 중력을 받아 아래로 떨어지거나,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작품이 많은 이유다. 전시 공간도 100% 활용한다. 건축 양식에 따라 작품을 끼워 맞추는 스타일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설치작 ‘벽 속의 또 다른 틈’이 공간 활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벽 속 틈이라는 작품의 이름처럼 청담 루이비통 공간의 벽 틈으로 색색의 섬유 뭉치가 튀어나와 있다. 섬유 뭉치를 벽 구조에 맞춰 기대어 쌓아 올린 작품이다. 섬유의 푹신함을 그대로 살린 작품의 특성 때문에 관람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소파처럼 보이기도 한다. 힉스는 이 작품을 내놓으며 순수 예술과 ‘장식품’의 경계를 뛰어넘고자 했다. 반대쪽 벽에는 천으로 만든 색깔 기둥들이 자리했다. 벽을 뚫고 기둥들이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셰일라 힉스. ‘벽 속의 또 다른 틈’, 2016
셰일라 힉스. ‘벽 속의 또 다른 틈’, 2016
전시에 나온 힉스의 작품들은 모두 루이비통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업물들이다. 그의 독특한 섬유 가공 기술과 재료 활용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만을 골라 서울에 가져온 것이다. 루이비통은 재단 미술관을 통해 ‘미술관 벽 너머’리는 제목으로 소장품 전시를 해 왔다. 작품들을 단순히 소장하는 것을 넘어 관객들과 대중에게 가까이 보여주고자 하는 목표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현대미술 작가들과 동시대 미술계에 영감을 준 20세기의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국내에 미국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과 서양화가 알렉스 카츠 등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중력과 형식을 거부하는 셰일라 힉스의 작품은 9월 8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