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무소유는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서평]
석가탄신일을 맞아 '무소유'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1932~2010)의 미공개 강연록을 모은 책이 나왔다.

<진짜 나를 찾아라>는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부산과 춘천·대구·창원·광주·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법정 스님이 펼친 강연을 글로 풀어낸 책이다. 모두 처음 책으로 공개되는 내용들이다. 법정 스님이 1994년 만든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가 올해 30주년을 맞은 기념으로 출간했다.

법정 스님은 베스트셀러 <무소유>를 비롯해 <오두막 편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등 생전 수십 권의 수필집을 발표했다. 그의 '글맛'은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말맛'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대중을 상대로 펼친 강연 내용을 그대로 글로 풀어 놓은 강연록은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에세이를 연상케 한다. 20~30년 전의 강연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 적용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는 가르침을 전한다.

법정 스님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라고 강조한다. 그는 1980년 부산주부대학 강연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떤 추상적인 시간이나 공간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므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어야 하고, 그 일에 열의를 가지고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 "무소유는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서평]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선 먼저 자기 존재에 대한 자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가르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물음 앞에 마주 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자아 성찰을 위한 고독의 필요성과 그 의미에 대해 강조한다. 1981년 춘천 성심여대 강연에서 법정스님은 "사람은 저마다 특성과 재능을 지니고 있다"며 "그걸 깨우려면 자신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응시할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깊은 고독에 빠져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정 스님이 강조한 고독은 출발점일 뿐 끝이 아니다. 인간은 수많은 이웃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고독의 최종적인 목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 이웃과의 어울림이란 설명이다.

책에는 인생을 살아가는 가르침들로 가득하다. "행복의 척도를 소유에 두지 말 것"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 것" 등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외면해 온 인생의 교훈을 되새김질 하게 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