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부터 예견?…일론 머스크와 화성의 운명
로켓(발사체) 기술의 창시자인 베른헤르 폰 브라운. 나치 독일하에서 로켓 개발을 담당하다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 투항한 뒤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며 아폴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총지휘한 과학자다. 브라운이 개발한 로켓 ‘새턴Ⅴ’는 아직까지도 역사상 최강 로켓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첫 핵 탑재 탄도미사일 실험도 그가 성공시켰다.

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을 이룬 천재 과학자로 꼽히는 그는 당대부터 화성 탐사를 꿈꿨다. 그가 1952년 출간한 <화성 프로젝트>란 소설엔 화성에 인류 거주지를 건설한 지도자 집단의 리더 명칭으로 ‘일론(Elon)’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1971년생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사진)의 등장을 브라운이 당시 예견했을 리는 만무하다. 기묘한 우연의 일치다. 이는 우주항공업계에선 제법 유명한 얘기다. 이 같은 사실이 2020년 말 알려지자 머스크는 트위터(현재 X)를 통해 “운명이다, 운명. 난 (화성 개척자로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적었다.

인류가 우주 대항해 시대를 맞아 21세기판 골드러시에 나서게 된 건 머스크의 위대한 업적 때문이다. 머스크는 재사용 로켓 팰컨 시리즈를 처음 개발해 짧은 기간 반복·대량 발사를 가능하게 하면서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우주업계 등에 따르면 팰컨9의 위성 또는 우주선 1㎏당 발사 비용은 3000달러 이하, 팰컨헤비는 1000달러 이하다. 슈퍼헤비는 이를 10달러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세기 전후 우주왕복선이 한창 오갈 때 ㎏당 평균 발사 비용은 5만4000달러였다.

스페이스X는 로켓뿐 아니라 위성 기술도 혁신했다. 팰컨 시리즈 로켓이 납작한 노트북 모양의 스타링크 통신위성을 저궤도에 쉴 새 없이 내려놓는 모습은 마치 카지노에서 딜러가 카드를 플레이어에게 뿌리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위성을 납작하게 설계하면 적재 위성 수가 더 많아진다.

슈퍼헤비 위에 싣는 스타십은 지난 3월 3차 발사 시험을 했다. 비록 최종 임무를 완수하진 못했지만 궤도 비행 자체는 일부 성공했다. 슈퍼헤비의 재사용 가능성도 처음 입증했다. NASA는 아르테미스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의 공식 로켓과 우주선으로 슈퍼헤비와 스타십을 지정했다. 달과 화성 등에서 로봇 또는 우주 비행사가 채굴한 막대한 가치의 광물을 지구로 다시 갖고 올 때 스타십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매년, 매달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750억달러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