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인재가 해외로 떠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장기적 관점에서 AI 연구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 매크로폴로는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한국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뒤 해외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 비중(1.6%)보다 25배가량 높은 수치다. 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AI 인력으로 성장한 뒤 해외행을 택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글로벌 최상위 AI 연구자들이 졸업 후 활동하는 국가는 미국이 57%로 압도적이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비중도 12%나 됐다.

학계에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국내 연구 환경을 인력 유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산학협력 과제를 진행할 때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선호한다는 지적이다.

김종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장은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장기적인 연구가 어렵다”며 “실력 있는 인재들은 단기적 현안에만 집중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같은 해외 기업은 연구 단계의 결과물을 어떤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 사업의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지원이 1년 단위로 이뤄져 그 이상의 장기적인 연구를 설계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함께 ‘AI 컴퓨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AI 연구개발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을 중소기업과 대학 등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달부터 GPU 자원 할당을 시작하지만 오는 12월까지 7개월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이후에는 각 연구실에서 다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학계에 AI 연구를 위한 GPU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외와 국내의 AI 기술 격차를 좁히지 않는 한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윤세영 KAIST 교수는 “국내의 뛰어난 학생들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곳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대우가 좋은 것은 물론 이들 기업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