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기업 모더나를 탄생시킨 미국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과 삼성의 협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은 삼성이 보유한 병원에서 신약 개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차세대 의약품 생산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삼성 병원, 송도 공장에 꽂힌 플래그십안드레 안도니안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 아시아·태평양지부 의장(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삼성과의 협력 방안을 밝혔다.안도니안 의장은 “플래그십은 기업을 탄생시키는 데 강점이 있고 삼성은 대규모 생산시설과 인공지능(AI) 기술, 대형병원 및 각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삼성과 함께) 신약이 개발되는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안도니안 의장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34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플래그십에 합류했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창업형 VC인 플래그십은 투자자, 과학자, 창업자가 함께 일하며 회사를 세우기도, 성장시키기도 한다.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누바르 아페얀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협력을 공식화했고 현재 세부 계획을 짜고 있다.플래그십은 삼성서울병원 등 삼성의 병원 인프라를 글로벌 임상 가속화의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다. 플래그십이 투자했거나 창업한 바이오텍들이 삼성 병원에서 임상을 수행하고 병원은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안도니안 의장은 “세계 신약 개발 데이터는 대부분 유럽과 미국에 치우쳐 있다”며 “삼성의 대형병원을 활용하면 임상에 속도를 낼 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표본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생산 등 다방면 협력양사의 협력은 임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약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단계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안도니안 의장은 “새로운 기술과 AI, 디지털, 생물학이 결합하면 기존에 없던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다”며 “삼성의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을 활용해 향후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생산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삼성이 보유한 대규모 생산시설은 CGT 등을 양산할 수 있는 막강한 생산기지”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비전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연내 한국지부 설립플래그십은 삼성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KAIST, 서울대 등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한국과의 접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르면 연내 한국 지부도 설립할 예정이다. 안도니안 의장은 “기초실험부터 개발, 상업화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다루는 것이 (지부의) 목표”라며 “모든 종류의 협력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향후 주목할 바이오 분야는 CGT와 더불어 AI를 꼽았다. 그는 “디지털 기술은 알고리즘과 코드, 규칙이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어 개발 속도가 빨랐다”며 “반면 바이오 기술은 훨씬 복잡하고 각종 실패를 겪어야 하는 분야인 만큼 비교적 개발이 더뎠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두 기술이 수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카이노스메드가 기술수출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의 중국내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보험에 등재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사의 추가도 한 때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카이노스메드는 30일 중국 파트너사 장수 아이디의 HIV 치료제 1분기 매출이 약 68억원이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77% 매출이 증가했다고 했다.2014년 카이노스메드가 장수 아이디와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로열티는 매출액의 2%다. 이에 따라 1분기에 발생한 로열티는 약 1억4000만원 정도가 예상된다.카이노스메드는 중국내 HIV 치료제시장 규모가 성장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내 HIV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73억 위안(약 1조3800억원)이었으며 오는 2027년엔 112억 위안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수 아이디는 이 시장의 40%를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시장의 40%를 가져오는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파트너사인 장수 아이디가 중국 증시에 상장하며 발표한 증권신고서의 로드맵을 인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관계자는 “장수 아이디가 중국내에서 처방 후 관찰한 결과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신약허가(NDA)를 제출하려는 만큼 안전성과 효능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HIV 치료제 ‘서스티바’나 길리어드의 ‘젠보야’보다 나은 효능과 안전성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자세한 결과는 오는 7월 열리는 제25회 국제에이즈학회(AIDS 2024)에서 발표할 예정이다.이 관계자는 “장수 아이디가 HIV 치료제의 미국,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인허가도 빠른 시일 내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장수 아이디가 임상 대조군으로 사용한 서스티바와 젠보아갸 오늘날 선진국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구식 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서스티바는 1999년, 젠보야는 2015년 FDA 승인을 받았다. 오늘날 HIV 시장 강자는 길리어드의 ‘빅타비’다. 젠보야 자리를 대체한 빅타비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1억 달러 매출을 냈다.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수 아이디의 HIV 치료제가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빅타비 등 최신 치료제와 효능을 견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격 경쟁력면에서는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뉴스 사이트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4월 30일 18시38분에 게재됐습니다.
일부 전공의 사이에서 병원 복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집단사직 사태가 해결 조짐 없이 장기화하면서 전공의들 사이에 불안감이 높아지면서다.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 현장에 복귀했거나 복귀를 고민하는 전공의가 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사태가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의정 갈등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다.일부 전공의는 생활고로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비 생활비 등을 대려고 빚을 냈으나, 사직 이후 급여를 받지 못해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공의는 “빚은 갚아야 하는데 두 달간 소득이 없어서 적금을 깰 수밖에 없었다”며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의료 현장에서는 복귀 전공의가 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명확한 숫자는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전공의가 복귀했다는 소식이 속속 들린다”며 “사태가 뚜렷한 해법 없이 장기화하다 보니 버티지 못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대다수 전공의의 복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한 명이 주도해서 이뤄진 단체 사직이 아니다”며 “정부가 조금 더 전향적인 태도로 (의정 대화에) 나설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환자단체들은 의료계 역시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안상호 선천성심장병 환우회 회장은 “정부가 2000명을 계속 밀어붙일지도, 전공의가 일곱 가지 조건을 계속 요구할지도 상상을 못했다”며 “(환자들은) 거의 자포자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도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한발씩 물러나 양보하고 한 테이블에 앉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오현아/이지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