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맹본부와 점주가 신규 출점하지 않기로 합의한 반경 250m 지역 안에 ‘폐점 후 재출점’ 등의 방식으로 다른 점포 출점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가맹약관은 법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예외 조항을 이용한 편의점 가맹본부의 ‘꼼수 출점’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주식회사 BGF리테일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BGF리테일은 2020년 9월 A씨와 경기 부천시에 CU편의점 출점 가맹계약을 맺었다. 계약 약관에는 ‘가맹본부는 A씨 점포로부터 250m 내에 CU편의점(직영점 포함)을 신규로 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기존 가맹사업자가 거리 제한 기준 내에서 폐점 후 재출점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등은 250m 내에서도 점포를 열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달았다.

BGF리테일은 2021년 5월 기존 가맹사업자인 B씨에게 A씨의 점포로부터 약 278m 거리에 있는 편의점을 폐점하고 A씨 점포에서 약 230m 거리에 있는 곳에 재출점을 승인했다. 이후 A씨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며 영업지역 내 출점동의서에 서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다. A씨는 2021년 5월 가맹점 본부에 B씨의 점포 이동 중지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BGF리테일은 “법적으로 동의가 필요 없다”며 B씨의 점포 재출점 절차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작년 5월 BGF리테일의 영업지역 침해 행위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BGF리테일은 소송을 걸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은 2심 법원에서부터 시작한다.

재판부는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맹계약 약관의 예외 조항은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 내지 이전이라는 행위로 인해 A씨 점포의 영업지역을 침해하고 영업권 보호에도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편의점 재출점 행위가 약관상 예외 조항에 따른 것이어도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해 무효인 이상 기존 가맹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침해한 것이 된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