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농 정책자금 활용 4천㎡ 농장서 토마토·애호박 재배
"내 가족, 내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 제공할 것"
[2024 와이팜 엑스포] ⑤ 요리사 경력에 토마토 재배 홍종민씨
"10대 때 몸이 안 좋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픈 손자를 위해 손수 재배하신 농산물을 먹여주며 저를 키워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생명이 살아가는데 음식은 필수적입니다.

내 가족, 그리고 내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에서 '안녕삼촌농부'라는 농장이자 사업체를 운영하는 농업인으로, 연합뉴스 주최 '2024 와이팜 엑스포'에서 청년 농업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홍종민(33)씨는 19일 농사를 짓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천안의 농업전문대학인 연암대 영농창업과정 4학년에 해당하는 전공 심화 과정 재학생인 그는 지난해 1년간 조부모님의 농장에서 멜론을 재배해 3천500만원의 소득을 올린 당당한 청년 농업인이다.

청년창업농으로 지정된 그는 정책지원자금 5억원으로 4천㎡의 밭과 하우스를 매입해 올해부터 토마토와 애호박을 재배할 예정이다.

울산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그는 2021년 대학에 진학하고, 조부모가 살던 천안 수신면의 집에 함께 거주하며 본격적인 영농인의 길을 걷게 됐다.

그가 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좀 특이하다.

고교를 졸업한 뒤 군 생활(공익)을 천안 조부모님 집에서 하면서 농사를 도왔다.

고교시절부터 농사를 생각했지만 허리를 다쳐 마음을 접고, 제대 후 캐나다로 떠났다.

캐나다에서 영어 공부에 힘을 쏟는 한편, 외진 시골 동네 모텔의 프런트와 바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햄버거도 만들어 파는 생활을 했다.

이후 1년간 호주, 미국, 영국 등 4개국을 다니며 레스토랑 직원으로 일했고, 스웨덴 입국비자도 받았다가 포기하고 귀국했다.

[2024 와이팜 엑스포] ⑤ 요리사 경력에 토마토 재배 홍종민씨
국내에서도 프랜차이즈 업체 주방일을 시작으로 계속 요리사의 길을 걸었고, 한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직영점의 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동화된 농장인 '스마트팜'을 알게 되면서, '허리를 다쳤었지만 나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 2021년 연암대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농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모두 돌아가셨지만, 지난해부터는 농사를 완전히 인수·인계받았다.

2020년 스마트팜 선도 농가 탐방을 시작으로 농업에 필요한 전환 기술, 작물생산 및 가공 기술, 체험 기술 등 무려 3천시간가량의 교육을 이수했다.

대학 동기 1명과 초등학교 동창 1명 등 모두 3명이 농장에서 일했지만, 대학 동기는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고 현재 초등학교 동창 1명과 함께 둘이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미혼인 홍씨는 "요리사로서 내가 가진 식품을 다루는 능력을 농업에 녹여내 농산업 창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만큼, 내 손으로 일궈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4 와이팜 엑스포] ⑤ 요리사 경력에 토마토 재배 홍종민씨
그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토마토로 가공식품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구체적 계획을 세운 뒤 2021년 '영농창업 특성화 과정 영농창업 경진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소속 대학 총장이 주는 농업 관련 상도 2차례 받았고, 농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의 '농림축산식품부 2030 자문단'에도 속해 활동하고 있다.

농창업 기반 아이템으로 '사업화' 단계에서 정부 지원 사업에도 다수 선정됐다.

홍씨는 "조부모님의 영농 기반 지역에서 농사를 시작함과 동시에 마을 분들이나 선배 농업인 분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영농 기술을 전수받고 각종 농기구를 무상 임대받고 있다"며 "지역 품앗이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농업은 단순한 1차 생산 이상의 기술과 이에 걸맞은 인재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농업 생산은 물론 이를 이용한 사업화 단계에서 바람직한 롤 모델이 돼, 대한민국 농산업 전체 시장의 파이 규모를 확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씨는 "미국, 영국 등 4개국에 체류하고 50개 이상의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을 만나며 체득한 경험을 가장 보수적일 수 있는 농업·농촌 현장에 서서히 녹여 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할 수 있는 표본 모델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