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물에서 꺼낸다…사연댐에 수문 설치 추진
환경부가 울산시 반구대암각화 보존 등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문을 설치하는 내용의 ‘사연댐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한다고 19일 밝혔다.

1971년에 발견된 반구대암각화는 암벽에 새겨진 고래사냥 장면 등 300여 점의 선사시대 그림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암각화 중 하나다. 문화재청과 울산광역시는 현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반구대암각화는 사연댐 상류(4.5㎞) 저수구역 내에 있어 잦은 침수로 인한 손상 위기에 처해진지 오래다.

반구대 암각화가 위치한 대곡천의 기본적인 수위가 사연댐으로 인해 높아진 데다 강우량이 많아질 때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암각화의 훼손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물에 잠기지 않은 반구대의 암석에 비해 물에 잠긴 부분은 10배가량 빨리 풍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995년 국보 지정 당시 조사에선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그림이 300여 개였지만 2016년 조사에서는 20~30점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본계획에 따르면 사연댐에 폭 15미터, 높이 7.3미터 규모의 수문 3기를 2027년까지 설치해 2028년부터 평상시 댐 수위를 반구대암각화 높이(EL.53.0m) 이하로 운영하게 된다. 집중호우 등으로 수량 유입량이 증가할 때에는 수문을 신속하게 개방해 암각화 침수를 사전에 예방하는 게 가능해진다. 건설한지 60년이 된 사연댐의 내진성능도 높아진다. 사업에는 2027년까지 총 647억원이 투입된다.

환경부는 수문을 신설할 경우 암각화의 연평균 침수일은 1일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까지는 사연댐의 수위조절을 해도 수량 방출 속도가 빠르지 않아 연평균 42일동안 암각화가 물에 잠겼다. 이번 고시는 오는 6월 유네스코 자문기구 현지 실사를 앞둔 시점에서 범정부 차원의 문화재 보존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줄 기회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김구범 환경부 수자원정책관은 “댐 안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반구대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