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과다니노 연출·젠데이아 주연…감각적 연출 돋보여
날아드는 테니스공 같은 예측불가 삼각관계…영화 '챌린저스'
반전은 스포츠의 묘미다.

약체라고 평가받던 팀이 동화 같은 우승 스토리를 쓰기도 하고, 경기 시간 내내 끌려다니던 선수가 막판에 대역전극을 펼치기도 한다.

사랑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스포츠와 닮았다.

내 사람이라는 생각에 잠시라도 방심하는 순간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 연인을 채갈 수 있다.

루카 과다니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챌린저스'에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랑으로 얽히고설킨 세 남녀가 등장한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패트릭(조시 오코너 분)과 아트(마이크 파이스트) 그리고 타시(젠데이아)다.

아트는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지만,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는 바람에 연패의 늪에 빠진다.

보다 못한 그의 코치이자 아내 타시는 남편을 챌린저급 대회에 출전시킨다.

아트가 이곳에서 우승하면 자신감을 회복할 거라 생각해 내린 극약처방이다.

그러나 아트가 대회에서 패트릭을 맞닥뜨리면서 타시의 계획은 되돌릴 수 없는 악수가 된다.

아트와 패트릭은 타시에게 동시에 반하는 바람에 절연까지 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날아드는 테니스공 같은 예측불가 삼각관계…영화 '챌린저스'
대학 시절 촉망받는 테니스 유망주였던 타시는 두 남자를 놓고 저울질하다 패트릭과 사귄다.

큰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게 된 후에는 패트릭과 헤어지고, 그로부터 몇 년 뒤에는 아트를 만나 결혼한다.

이처럼 복잡한 과거사를 가진 아트와 패트릭은 상대를 향해 괴성을 지르며 공을 내려친다.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는 대신 남성성을 과시하며 라켓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의 목표는 우승컵이 아니라 타시다.

아트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패트릭은 다시 타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스포츠가 그렇듯, 두 사람에겐 사랑도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니다.

타시는 마치 심판처럼 가만히 앉아 이들을 관전한다.

타시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어 긴장감을 놓기 힘들다.

언뜻 흔하디흔한 삼각관계를 다룬 영화로 보일 수 있지만, 과다니노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 덕에 이들의 사랑싸움은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감독은 두 남자의 숨 막히는 결승전 무대를 보여주다가 세 남녀의 과거를 담은 장면으로 갑작스레 전환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13년 전, 경기 일주일 전, 하루 전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관객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날아드는 테니스공 같은 예측불가 삼각관계…영화 '챌린저스'
뜨거운 태양 아래 땀 흘리며 사랑하는 과거 세 청춘의 모습에서는 과다니노 감독의 대표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현재의 이들은 어른들의 격정 멜로와 시들해진 부부 사이를 오간다.

이런 세 사람의 관계는 빠른 비트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와 어우러져 더 극적으로 연출된다.

'스파이더맨'과 '듄' 시리즈 등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로 떠오른 젠데이아의 존재감도 눈에 띈다.

극 중 그는 두 남자를 꼼짝 못 하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테니스 선수에서 욕망을 좇아가는 '자유 부인'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젠데이아는 이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각본은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남편 저스틴 커리츠케스가 썼다.

남녀관계와 테니스를 접목해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개성이 뚜렷한 세 캐릭터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들의 마음을 흡인력 있게 풀어낼 수 있던 것은 각본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치열한 테니스 시퀀스를 보는 것은 덤이다.

공에 카메라를 달아놓은 것 같은 연출과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실제 경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4일 개봉. 131분. 15세 이상 관람가.

날아드는 테니스공 같은 예측불가 삼각관계…영화 '챌린저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