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 진지성 보여줘야 vs G7 정치의도 따를 필요 없어"
스위스 의회, 러 자산추적 TF 동참 부결…"중립이 더 중요"
중립국 스위스가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를 집중 논의했지만 결국 한발 물러섰다.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의회에 따르면 연방하원은 전날 서방 진영이 주도하는 '러시아 엘리트·대리인·올리가르히(신흥재벌) 태스크포스'(REPO)에 동참할지를 놓고 표결한 끝에 반대 101표, 찬성 80표로 부결했다.

REPO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2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제재할 방안을 수립·실행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설립된 다국적 대러시아 제재 집행 기관이다.

러시아 유력 인사들의 해외 금융 자산을 동결하고 이들이 소유한 고급 요트와 부동산, 고가 예술품 등을 추적·압수하는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스위스는 자국산 군수품을 분쟁 지역으로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군사 분야에서는 엄격하게 중립 원칙을 지키면서도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는 대체로 수용해왔다.

서방 진영은 스위스가 대러시아 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요구했다.

러시아가 오랜 비밀주의 금융업 전통을 지닌 중립국 스위스와 금융거래를 많이 해온 점에 비춰 스위스가 제재 수위를 높이면 그 효과가 한층 커질 거라는 기대에서다.

이미 지난해 한차례 REPO 동참안을 부결한 바 있는 스위스 연방하원은 이 사안을 다시 한번 심의에 부쳤다.

지난 15∼17일 특별회기를 열고 집중적으로 토론을 벌이며 제재 수위를 올려야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따져본 것이다.

REPO 동참론은 녹색당 등 좌파 계열 정당이 주도적으로 제기했다.

녹색당 프란치스카 라이저 하원의원은 "추산에 따르면 최대 2천억 스위스프랑(302조여원) 정도의 러시아 자금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75억 스위스프랑(11조3천400억여원)만 동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국제적 비판을 받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스위스의 REPO 동참은 대러시아 제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우파 정당인 스위스국민당의 한스-피터 포트만 하원의원은 "REPO는 주요 7개국(G7)의 정치적 도구다.

스위스가 여기에 끌려가면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이 근본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여기에 스위스 연방정부 역시 REPO에 직접 동참하지 않아도 순조롭게 협력할 수 있다며 부정적 의사를 표명하면서 연방하원의 기류는 REPO 동참 동의안을 부결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번 표결로 스위스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이나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 등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지원하는 방안도 스위스에선 추진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