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현장 팠더니…"어, 문화재 아냐?" 종로경찰서 '임대살이' 더 길어지나
서울 종로경찰서를 새로 짓는 공사 중에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있는 지층이 발견되면서 경찰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보존 가치가 있는 중요 문화재가 나오면 공사가 무기한 연기될 수 있어서다. 옛 사대문 안에 있는 경찰서 가운데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대문·혜화경찰서도 문화재 출토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경운동 종로경찰서 신청사 공사장에서 다수의 유구가 발견됐다. 터파기 중이던 건설사가 옛 집터·고분·건물터 등을 의미하는 유구(遺構)를 확인한 뒤 흰색 페인트로 표시해놓고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서울경찰청은 곧바로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경운동 종로경찰서 자리는 조선시대 종로 거리의 일부였다. 일제강점기에 경찰서가 들어섰고 1982년 마지막으로 개축한 뒤 노후화가 심해져 2022년 8월 신축에 들어갔다. 현재 종로경찰서는 SM면세점 건물(사진)을 빌려 쓰고 있다. 이번 유구 발견으로 2025년께 새 청사로 돌아가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조사 및 발굴해야 할 가능성이 커져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종로 일대 건축 공사에선 문화재가 발견된 사례가 적지 않다. 2009년 그랑서울 빌딩 공사에선 조선시대 유물이 대거 발견돼 약 1년 이상 공사가 중단됐다.

종로타워 바로 뒤 센트로폴리스(준공 2018년) 공사장(공평1·2·4 지구)에서도 조선시대 집터가 발견됐다. 건축주는 지하 1~2층 전체를 도시문화유적 전시관으로 서울시에 공공기여(기부채납)했고, 그 대신 용적률을 추가로 받는 ‘공평동 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문화재 발굴과 서울시와의 협의로 인해 공사는 5년 이상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서 현장에서도 문화재로 판명되는 물건이 나오면 종로경찰서의 ‘셋방살이’는 더 길어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문화재가 발견될 가능성을 고려해 공사 기간을 정했다”면서도 “무한대로 공사 기간이 늘어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대문 안에 있는 서대문경찰서 혜화경찰서도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대문경찰서는 1969년 건설된 옛 청사를 새로 짓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임시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혜화경찰서도 지난해부터 신청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부지가 조선 왕궁인 창경궁과 가까워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임차료만 월 수억원인 데다 관할 밖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희원/조철오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