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급망 위기 극복, 부산항이 앞장선다
‘테슬라, 볼보 등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 지난 1월 미국 경제뉴스 매체인 CNBC의 헤드라인이었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통항이 어려워지자 글로벌 선사들이 2주 정도 더 소요되는 우회 항로로 노선을 변경했고, 주요 부품 공급이 지연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는 내용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무역 규모는 47조1858억달러로 1970년과 비교해 81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교역의 양적 성장과 맞물려 세계 각국의 경제 활동이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최근의 중동 분쟁과 같이 예측하기 힘든 이유로 공급망 위기를 겪은 세계 각국은 ‘싸고 효율적인’ 공급처에서 ‘안정적이고 믿을 만한’ 공급처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이런 공급망 재편의 성패는 수출입 물류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수출입 물류의 관문인 항만의 경쟁력 확보는 공급망 재편의 핵심이다. 물동량 상위 10대 항만 중 7개를 보유한 중국과 환적화물 세계 1위 항만인 싱가포르가 자국 항만을 현대화하고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양수산부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 한국 대표 항만인 부산항의 체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먼저 스마트화를 통해 항만 생산성을 개선하고자 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항만은 선박이 부두에 접안한 이후 화물을 트럭에 실어 부두 밖으로 운송하기 전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비상 상황에도 중단 없는 항만 운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안전사고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달 5일 개장한 부산항 신항 7부두는 세계 아홉 번째이자 국내 최초의 스마트 항만이다. 신항 7부두 개장은 향후 스마트 항만으로 조성될 인천항 신항, 광양항, 진해신항 개발에도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해수부는 부산항을 세계 최대 수준의 메가포트로 조성할 예정이다. 부산항 신항에 2027년까지 3개 선석을 추가하고, 2032년까지 진해신항 1단계 사업을 완공해 부산항 화물처리 능력을 40%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이에 더해 축구장 500개 규모의 배후단지를 추가 조성하고 친환경 벙커링(연료 공급) 기능도 도입해 부산항의 거점 기능을 강화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연은 역풍에 더 높이 난다”고 했다. 위기의 순간이 더 높이 날 기회가 된다는 의미다. 공급망 위기가 부산항이 글로벌 허브 항만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해수부는 부산항 혁신으로 공급망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