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해온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해 허를 찔렸다. 이스라엘이 ‘철통’이라고 자부하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과 국경 경보 체계도 무력화됐다.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3년 이스라엘은 유대교 속죄일(욤 키푸르)에 이집트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했고, 이를 계기로 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해외 첩보를 맡는 모사드와 국내 첩보 담당 신베트 등 양대 정보기관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첩보영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모사드는 중동에서 가장 넓은 첩보망과 자금력을 갖춘 조직으로 꼽힌다.하지만 모사드는 하마스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폭력을 유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 대응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공격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하는 등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도 하마스가 공격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미국 CIA도 정보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과 같은 일이 이날 이스라엘에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로켓 수천 발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정보기관들은 관련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대원들이 국경을 넘을 때 쓴 수단 중 하나인 ‘전동 패러글라이더’의 중요성도 간과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패러글라이딩 훈련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2014년 나왔지만,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 등이 이에 다시 주목한 적은 없다.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돔도 이번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날 하마스가 약 22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이 중 몇 발을 요격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하마스 공습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수십억달러를 들여 도입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과 국경 경보 체계도 무력화됐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해 "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중동에서 가장 넓은 첩보망과 자금력을 갖춘 조직으로 알려져있다. 1973년 유대교 속죄일(욤 키푸르)에 이집트에게 기습공격을 당한 이후, 이스라엘은 모사드의 역량을 집중 강화해왔다.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모사드는 하마스 공습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모사드는 하마스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폭력을 유발하고 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또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 대응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공격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IDF는 지난달 "가자지구 하마스 무장세력의 위험이 상당 부분 억제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국경을 넘을 때 사용한 '전동 패러글라이더'에 대한 대응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패러글라이더의 존재는 2014년 이스라엘 현지매체 예루살렘포스트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하마스 대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패러글라이딩 훈련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에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언론에서 이를 다시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돔'도 이번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날 하마스가 22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이 중 몇발을 요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주거 건물이 로켓 공격을 받고 무너지는 장면들이 담겼다. 조너선 콘리커스 전 이스라엘방위군(IDF) 국제 담당 대변인은 "전체 (방위) 시스템이 실패했다"며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필요한 방어를 하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CIA마저 허를 찔리면서 미국의 정보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과 미국 관료들은 정보 실패 가능성을 포함한 보고서를 며칠 내 작성할 계획이라고 CNN은 전했다.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습으로 양측 사상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지금까지 최소 198명이 사망했고, 161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하마스가 쏜 수천발의 로켓포탄이 쏟아진 이스라엘에서도 이례적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망자는 100명에 육박하며, 부상자는 779명이다.앞서 하마스는 유대 안식일인 이날 새벽 이스라엘을 겨냥해 수천발의 로켓포를 쏘고, 대원들을 침투시켰다.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등 철통 보안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방어시스템은 한꺼번에 쏟아진 로켓포탄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또 분리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은 키부츠와 경찰서 등을 습격하기도 했다. 일부는 아직도 이스라엘 주민 등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 군인과 대치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200∼300명의 무장대원이 침투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자국 내에 은신 중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전투기 등을 동원해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 공습을 가했다. 통상 이스라엘군은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하마스 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공습 직전에는 대피 경고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절차가 없었고 병원 등 민간 시설도 공격 대상이 됐다.이스라엘군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국민의 피랍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앞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침투한 대원들이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왔다며 관련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바 있다.이와 관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모두 풀려날 때까지 이번에 잡은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총장은 이날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을 통해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고,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아울러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국제법에 따라 민간인은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