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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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히트'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극장가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월 22일 개봉해 4월까지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고 있는 영화 '파묘' 이야기다.

전통적인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지난 3월 천만명의 관객이 '파묘'를 봤다. 덕분에 3월 한국 영화 전체 매출액(803억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평균(505억원)을 상회했다. 심지어 3월 기준으로 따지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전체 매출액(1166억원)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파묘'의 인기에 힘입어 3월 매출액이 팬데믹 이전 평균 매출액을 웃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개봉한 지 두 달이 되어가는 '파묘'의 흥행 질주는 3월에만 그치지 않았다. 드림웍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4'가 지난 10일 개봉했으나 '파묘'는 2위를 유지 중이다. 누적 관객수는 1148만 명으로 늘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일 기준 831개의 스크린에서 2283회 상영했다. 이날까지 누적 매출액 1100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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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영화 '파묘'의 이례적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CGV에 따르면 '파묘'의 2회 관람률은 5.1%, 3회 이상 관람률은 2.1%였다. 100명 중 7명은 다회차 관객, 이른바 N차 관객이라는 분석이다.

'파묘'는 천만명의 관객을 모은 뒤에도 N차 관람률이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N차 관람을 이끈 요인으로 '콘텐츠의 매력'을 꼽는다. 특히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이 영화 곳곳에 숨겨놓은 이스터에그(숨겨놓은 메시지)의 힘이 컸다. 첫 관람 당시엔 몰랐던 '항일코드'는 '회전문 관람'을 유발했다. 두 번째로는 일반인들은 상세히 몰랐던 음양오행, 묫자리에 대한 비화, 대살굿과 같은 무속신앙, 일본 요괴, 민족 양기 말살을 위한 '일제 쇠말뚝 설'도 흥미를 이끌었다.

관객들은 관람 후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파묘' 캐릭터와 동명인 독립운동가를 찾아보거나, 이들이 타는 자동차 번호판이 광복절(0815), 삼일절(0301)이라는 점도 알아내 글을 게재했다.

장재현 감독은 "이스터에그라 생각하지 않고 고심해서 만들었다"며 "어떤 때는 주인공 이름 만드는 데만 몇 달이 걸렸는데, 이번엔 관객들이 너무 빨리 찾아내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화면을 많이 채워 촘촘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다. 저도 깜빡하는 게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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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를 4회차 관람한 윤모 씨는 "오컬트 마니아라 처음엔 신기해서 봤고, 두 번째는 '항일요소'가 많다길래 궁금해서 봤다. 세 번째는 1000만명까지 보길래 인상 깊었던 장면과 요소를 곱씹고 싶었다. 마지막 네 번째는 'SNL 코리아'에 '도파묘'가 핫해지면서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을 다시 보려고 또 봤다"고 털어놨다.

N차 관람 이유에 대해 "감독이 보여주는 것을 보고 '잘 봤다'하고 끝나는 영화가 있다면 보고 난 뒤 분석하고 찾아보고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데 '파묘'는 후자에 속한다"며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처음엔 차량 번호판 0815까지 봤는데 등장인물 이름이 영화관은 나선 뒤 알게 됐고, 또 2번째 관람에서 일본 악령 역을 김민준이 연기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자꾸 보러 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곡성', '사바하'를 3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서울의 봄' 등을 2번 관람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N차 관람을 유발하는 작품은 '궁금한 영화', '여운이 남는 영화'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보고 기억이 '순삭'되는 작품도 있지만 '파묘'처럼 본 사람들끼리 할 이야기가 많아지고 기사나 해석을 찾게 만다는 궁금증과 여운을 줘야 N차 관람이 가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묘'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흥이 남다른 작품이라 1번 정도는 더 볼 것 같다"며 "이왕이면 4DX로 보고 싶은데 상영관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파묘'가 천만 관객을 달성한 이후에도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한 데는 기존 관객이 다시 '회전문 관람'을 한 것이 흥행 뒷심의 동력이 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서울의 봄'을 본 관객들이 이후 여러 사실을 공부하고 재관람하는 것처럼 '파묘'도 이런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있어 N차 관람 열풍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00만명이나 봤다고 하니 흥미가 생겨 영화를 본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N차 관객이 없었다면 '파묘'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