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는 솔로
사진=나는 솔로
'날것'의 매력으로 방송가의 '기적'이라 불렸던 ENA·SBS플러스 '나는솔로'가 연일 이어지는 잡음으로 시끄럽다. 특히 해당 논란이 모두 금전적인 부분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더욱 '비호감'이 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나는솔로' 제작사인 촌장엔터테인먼트는 10일 공식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나는솔로'를 이끄는 남규홍 PD와 작가들의 불화에 장문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남 PD가 자신과 딸의 이름을 작가로 올리며 억대의 재방료를 갈취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방송작가 협회 비회원에게도 작가료가 지급 가능하다는 것은 올해 초 작가들이 방송작가협회에서 준 표준계약서를 가져와 계약을 요구하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작가 역할을 한 것이기에 작가들의 그 요구가 있기 훨씬 전인 2023년도 11월부터 스태프 스크롤에 작가로서 이름을 올린 것"이라며 "PD들도 작가 역할을 하면 그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바꾼 정책일 뿐 재방료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본인은 "재방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나는솔로'는 촌장엔터테인먼트 소속 PD들이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며 "이제 작가로서 누구나 이름을 올리면 받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으니 후배 PD들은 작가로서 일하면 재방료를 받아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딸인 남모 씨가 작가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모닝와이드', '스트레인저' 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PD였다"며 "'나는 솔로'에서는 자막 담당으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담으로 쓰고 있다"고 역할을 설명했다. 더불어 "자막은 고도의 문학적 소양과 방송적 감각이 필요한 작가적 영역이기도 하다"며 "악의적으로 '아빠 찬스' 운운하는 보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촌장엔터테인먼트의 해명에도 '나는솔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해명문에서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던 유료 멤버십 전환 이유, 촌장엔터테인먼트 내 갑질 문제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잡음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도 있다.
'나는 솔로' 남규홍 PD가 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나는 솔로' 남규홍 PD가 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촌장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튜브 멤버십 개설을 공지했다. 그동안 무료로 선보이던 라이브 방송 실시간 스트리밍, '나는 솔로' 미방분 등의 콘텐츠를 매월 7900원의 멤버십 구독 회원들에게만 제공하겠다는 것. 이후 촌장엔터테인먼트 채널까지 찾아 '나는 솔로' 콘텐츠를 애청하던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무료로 보던 라이브 방송을 돈 주고 보라는 것이냐", "초심을 잃었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더욱이 촌장엔터테인먼트가 '나는 솔로'를 제작하긴 하지만, 방송 플랫폼인 ENA와 SBS플러스에서조차 멤버십 콘텐츠 제공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도를 저버렸다"는 비판은 더욱 커졌다. 결국 촌장엔터테인먼트는 유료 멤버십을 철회했고, "가입해주신 분들은 아래 메일로 연락해주시면 감사 표시로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남 PD와 그의 딸, 다른 연출자들이 작가들의 업무를 했다며 크레딧에 작가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고,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노조)에서는 10일 성명을 통해 "'벌금 내면 그만, 작가들에게 사과할 필요 있나?'라는 갑질과 막말 천박한 노동 인식 드러낸 '나는 솔로' 남규홍 PD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작가들과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자, 남 PD 측은 한경닷컴에 "연출자들이 작가 업무를 하니 작가에 이름을 올렸고, 이는 제작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나는 솔로' 측도 작가들이 한국방송작가협회에 문의해 가져간 계약서에 대해 "드라마 작가 계약서를 가져왔다"며 "일반 예능, 교양 작가들의 계약서가 다르기에 조항을 검토한 것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설명에 방송작가노조 측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선을 그으며 "먼저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작가들의 저작권을 신탁받는 곳이지 협회 가입 여부가 저작권 인정의 척도인 건 아니다"며 "2017년 12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작가협회와 협의해 발표한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는 '원고에 대한 저작권, 2차적 사용 및 전용 시의 권리관계를 저작권법 등에 따라 명확히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 PD가 거짓말과 억지 논리로 표준계약서에 있는 저작권 관련 조항을 삭제한 불공정 계약서를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내민 것으로 보인다"며 "남 PD는 '바빠서 간혹 놓치는 경우가 있다. 작가들이 하루 이틀 일하다가 프로그램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면서 계약서 미작성의 책임을 업계 관행으로 돌리는가 하면 '굳이 내가 (작가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나 싶다. 우리가 교통 법규 위반을 예로 들어보자.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았는데 누구에게 사과를 하나? 벌금을 내는 걸로 정리되는 게 아닌가?'라며 피해 작가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은 수많은 스태프의 땀과 열정이 어우러진 협업의 결과물이지 '너만 솔로'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이번 사태로 상처받은 피해 작가들과 실망한 시청자들께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갈등을 지켜보는 이들을 중심으로 남 PD와 촌장엔터테인먼트의 태도를 문제 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장에서 PD들을 대신해 현장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이들도 모두 연출자로 이름을 올려야 하는 거냐", "결론은 '나는 솔로'에 작가들이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재방료를 '작가들만' 받는 게 배 아파서 계약서를 수정해 받지 못하도록 한 게 사실 아니냐", "그동안 작가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방송을 제작해왔는지 알겠다" 등의 비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