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공무원 사망 계기…"소통창구 강화 병행해야" 조언도
"악성민원 비극 막자"…공무원 이름 비공개 지자체 확산
지난달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 공무원이 신상정보 노출 후 숨진 사건을 계기로 홈페이지에서 공무원 이름을 비공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10일 경기도 김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8일부터 시청 홈페이지에 노출되던 업무별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시는 당초 시청 안내 페이지에서 직원들의 담당업무·직책과 함께 전체 이름을 공개했으나 최근 내부 논의를 거쳐 각 직원의 성씨만 '김○○' 형태로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시청 각 부서 출입문 앞 직원 배치도에 붙어 있던 각 직원의 사진도 없앴다.

최근 부산시 해운대구와 인천시 서구·미추홀구·부평구,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등 지자체도 홈페이지에서 직원 이름을 지웠다.

이들 중 미추홀구·부평구·충주시·천안시는 공무원의 성씨까지도 공개하지 않은 채 직위와 담당업무만 홈페이지에 표기했다.

이와 같은 공무원 신상정보 공개 축소 움직임은 지난달 5일 김포시 9급 공무원 A(37)씨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확산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월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받았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김포시 관계자는 "고인의 신상정보가 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보니 '좌표 찍기'를 당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방지하기 위해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에게 직접 항의 전화를 걸었던 민원인 3명을 특정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신상정보 공개 글 작성자와 집단 민원 종용 글을 쓴 가해자 등의 신원도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신상정보 축소 추세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가 민원인 소통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인사행정학회장)는 "악성 민원 때문에 공직 선호도가 낮아지고 공직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국민을 위해서라도 공무원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는 이와 함께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실명 비공개와 소통 채널을 잘 정비하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부작용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