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동나비엔
사진=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의 사업 다각화 속도가 다소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보일러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환기청정기 등 생활·주방 가전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일러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업계에선 경동나비엔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경동나비엔의 보일러와 온수기를 제외한 기타 제품 매출 비중은 13% → 12% → 13% → 12% → 13%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 귀뚜라미에 비하면 더욱 대조적이다. 귀뚜라미는 2000대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서 2022년 기준 난방의 매출 비중을 28%로 낮췄다. 이외에 냉방(46%), 도시가스공급(17%), 기타(9%)로 사업영역이 다각화되어 있어 '종합 냉난방 에너지회사'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동나비엔이 사업다각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택한 전략은 M&A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1월 SK매직의 주방가전 3개 품목(가스레인지·전기레인지·전기오븐) 영업권을 4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본 계약 체결에 앞서 경동나비엔은 ‘나비엔매직’이라는 상표도 출원했다.

다만 일각에선 SK매직의 주방가전 사업분야가 수익성이 낮은 만큼 경동나비엔이 인수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내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SK매직 가전부문 영업손익은 2018년 150억원에서 2021년 -73억원, 2022년 -237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올해 2월 중 본계약을 체결하기로했는데 진행이 늦어지고 있어 업계에선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계산이 깔려 셈법이 복잡해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주요 가전기업의 시장 참여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LG전자의 고가제품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된 상황이라 신규 물량을 통해 신규사업 규모를 확 키우기는 어려워보인다"며 "가전사업 중에서는 대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시장 환경이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